[기고] 백년을 내다본 ‘리더십 시스템’

입력 2025-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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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복 국민대 명예교수/ ㈜리더십코리아 대표

100년 후 한국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예측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맞는 것이 별로 없다. 삼성전자는 2013년에 미래의 자동화, 디지털화 사회를 예측하는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빗나간 예측이 대부분이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단기 1개월, 중기 2개월, 장기 3개월을 기준으로 미래를 바라본다. 그런데도 100년 후를 말하는 것은, 100년 후를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꽃피울 씨앗을 오늘 심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의무다.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 ‘한글’의 씨앗을 심어 오늘 그 꽃을 피웠다. 서애 류성룡이 ‘징비록’을 남긴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가올 난관을 이겨낼 씨앗을 심으라는 주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어떤 씨앗을 심어야 할까? 역사에 답이 있다. 역사는 국가나 기업의 흥망, 국민의 행복, 전쟁과 학살의 근원 대부분이 ‘리더’에게 있음을 말해준다. 막강했던 로마가 무너진 것은 ‘리더십 시스템’ 붕괴가 주된 원인이었다.

나치와 크메르루즈의 대량학살의 원흉은 히틀러와 폴포트, 당시 리더들이었다. 훌륭한 리더가 육성되고 선발되어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한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튼튼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악한 리더가 다양한 기제로 걸러져 사회에서 분리되는 건강한 시스템을 물려줘야 한다. 한국 미래 100년의 영속성은 이 ‘리더십 시스템’에 달려 있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리더층은 대략 0.1% 정도 된다. 대한민국 인구 5000만 중, 약 5만 명이 사회 각계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리더층이다. 기업도 비슷하다. 20만 직원이면 200명 임원이 적정 수준이다.

‘리더십 시스템’이란, 이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떻게 육성되며 어떤 경로로 리더의 직위를 차지하고 어떤 특성을 갖는가를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과연 100년 한국을 위한 효과적인 리더십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본다.

첫째, 아까운 리더를 쉽게 버린다. 어느 대기업 임원에 따르면, 자기 회사에서는 임원 해촉을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하는데 올해는 1973년생 이상은 모두 회사를 떠나게 했다고 한다. 이것은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위반이다. 자본주의가 모토로 하는 ‘능력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기도 하다. 더 이상한 것은 조직원들 모두가 이를 당연시한다는 점이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 100년은 없다.

둘째, 대학교육 혁신이 시급하다. 팔란티어, 구글, 넷플릭스 등 많은 기업이 고졸 신입사원을 선호한다. 대학에서는 지식 위주로 교육해 왔다. 하지만 필요한 모든 지식은 교수보다 인공지능(AI)이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알려준다. 창의성 교육을 한다지만, AI의 창의성이 훨씬 탁월하다. 대학은 좀비 소굴로 전락했다. AI가 교수보다 더 똑똑하고 로봇이 교수보다 몸을 더 잘 쓴다. 한국 대학은 리더육성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셋째, 0.1%의 리더들에게 리더십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이 리더십교육을 단 한 시간도 안 받고 최고 리더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1년에 일주일, 정기적으로 리더십평가·피드백과 교육, 코칭을 받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들이 직에 오르기 전에는 감언이설로 아부하고 일단 오르면 자기 ‘성질대로’ 칼을 휘두르는 것이 전부다.

넷째, 다양한 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의 리더들은 다 비슷하다. 일론 머스크처럼 튀는 리더도 없고 트럼프처럼 이상한 리더도 없다. 다들 번듯한 대학·대학원 졸업장을 갖춘 똑똑하고 착해보이는 이기주의자들뿐이다. 공익은 멀리두고 사익은 끼고 산다. 우리 사회에 비전리더도 사라졌고 카리스마 리더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 100년의 행복을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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