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AI 접근권’은 제2의 인권이다

입력 2025-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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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인공지능(AI) 격차가 곧 지능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관리자는 실무 역량이 낮아도 AI를 활용해 혼자 업무를 처리한다. 실무자는 경험이 부족해도 AI와 협업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어떤 AI 툴을 활용해, 어떻게 요청(prompt)하느냐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단순히 두세 배가 아니라 천 배의 시간 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의 어머니는 아직 인터넷으로 병원 예약을 하지 못한다.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주문도 어렵고, 서울행 예매표를 구입하려다 포기한다. 그러나 같은 세대의 일부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진료 예약을 하고, 음성비서에게 일정과 송금, 건강관리까지 맡긴다.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능력이 확장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점점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다. AI 도구의 활용 격차가 경제적·사회적 계층 격차로 전이되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AI 접근권(AI Access Right)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가 되어갈 것이다. 인공지능이 언어, 계산, 창작, 의사결정 등 인간의 지적 기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면, AI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단순한 생산성의 차이가 아니라 생존 가능성 자체의 차이로 확대된다.

국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과거의 기술은 포토샵, 엑셀처럼 ‘쓸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이 가능했다.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고, 기회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AI는 결이 다르다. AI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곧 사회적 참여의 가능성, 경쟁의 속도, 그리고 생계의 문제가 된다. 도구의 발전 속도를 볼 때, 한 번 벌어진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AI를 누가 더 잘 만들 것인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인가”는 더욱 긴급하다. ‘모두에게 하나의 AI 에이전트(OAPP: One AI Agent Per Person)’라는 미션은 우리 사회문제의 본질을 정면으로 짚는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네그로폰테 교수가 2000년대 초 전 세계 아이들에게 노트북을 보급하기 위해 추진한 ‘OLPC(One Laptop Per Child)’ 운동이 디지털 격차를 줄였다면, 우리 사회는 OAPP 철학을 ‘지능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Intelligence)’로 확장하여 선언할 필요를 갖는다.

국가는 기술 보급을 넘어 AI 활용권의 보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문해력) 교육, 개인 맞춤형 AI 파트너를 보급하는 인프라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AI 도구를 활용하지 못해 사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는 것은 수년 안에 새로운 복지의 정의가 될 것이다.

기업은 각자의 이익을 넘어 AI의 공공적 역할을 재설계해야 한다. AI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인의 데이터를 학습한 ‘퍼스널 AI 에이전트’가 각자의 언어, 취향, 기억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AI를 가지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창작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OAPP’의 본질이다. AI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할 수 있지만, 인간의 의도와 의미를 대체할 수는 없다. ‘OAPP’는 바로 그 경계를 지키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될 수 있다. AI를 잘 다루는 소수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모든 개인이 자신만의 AI와 함께 성장하는 시대. 그것이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AI 국가 미션이다.

신철호

OGQ 대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AI, 데이터, 플랫폼 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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