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공연 시즌이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매년 이 시기 공연이 몰리는 건 한 해 활동을 마무리하는 아티스트들의 일정과 고정된 공연 수요가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연말과 새해를 맞는 시기인 만큼, 팬덤뿐 아니라 특별한 추억을 새기고자 하는 일반 관객 수요가 커지면서 대형 공연이 연달아 열리는 흐름이 매년 반복되는데요. 연말마다 팬덤의 관심을 받는 음악 시상식 역시 이 시기 개최되면서 공연장으로 향하는 팬들의 발걸음을 부추깁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암표' 때문인데요. 정가의 수배에 달하는 웃돈이 붙어 은밀히 거래되는 암표를 올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완전한 암표 근절, 가능한 일일까요?

이달 열리는 공연은 장르도 다양합니다. 한겨울 감성과 딱 들어맞는 발라드부터 신명 나는 트로트, 거친 사운드가 매력적인 록과 밴드, K팝 아이돌 콘서트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베일을 벗죠.
가수 정승환은 5~7일 총 3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핸드볼 경기장)에서 연말 공연 '2025 정승환의 안녕, 겨울'을 개최합니다.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선곡으로 '발라드의 정수'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로이킴은 12~14일까지 같은 공연장에서 '2025-26 로이킴 라이브 투어 [자, 다음]'을 열고 팬들을 만납니다.
성시경은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27~28일 총 3일 동안 KSPO 돔(옛 체조경기장)에서 '2025 성시경 연말 콘서트 [성시경]'을 여는데요. 오랫동안 동행한 매니저로부터 금전적 피해를 본 충격에 연말 콘서트 개최 여부를 고심했지만, 응원에 힘입어 공연 개최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 연령층의 감성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줄 명곡들을 엄선한 알찬 세트리스트가 준비될 예정입니다.
크러쉬, 박진영, 폴킴, 권진아, 임창정 등 믿고 듣는 가수들도 단독 콘서트로 연말을 장식하고요. 장윤정, 심수봉, 손태진, 이찬원, 안성훈, 남진 등 트로트 스타들도 빠질 수 없죠. 지난달 서울 콘서트를 성료한 임영웅은 19~21일 3일간 전국 투어 일환으로 '임영웅 아임 히어로 투어 2025 - 광주(임영웅 IM HERO TOUR 2025 - 광주)'를 전개합니다.
지드래곤은 12~14일 사흘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G-DRAGON 2025 WORLD TOUR [Übermensch])'의 앙코르 공연을 개최합니다. 3월 서울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월드투어 '위버맨쉬[Übermensch])'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으로, 국내외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밴드 데이식스는 KSPO돔에서 19~21일 '2025 데이식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2025 DAY6 Special Concert 'The Present')'를 열죠.
내한 공연도 팬들의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습니다. 도자 캣은 13일 고양 킨텍스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열고 국내 팬들과 만납니다.

티켓팅이 시작됐다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 회차·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이들입니다. 자연스레(?) 암표도 횡행했는데요.
X(옛 트위터)에 '성시경' 키워드를 검색하면 최근 1시간 동안 게재된 '양도 글'만 수십 개입니다. 성시경의 콘서트에서 가장 비싼 좌석은 VIP석으로, 정가는 장당 16만5000원이지만 X에서는 장당 18만~19만 원에 평균 거래가가 형성됐습니다. 아예 가격을 적어두지 않고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연락 달라'는 게시물도 숱합니다.
임영웅, 지드래곤, 데이식스 등 폭발적인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이들의 공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적게는 수만 원, 많게는 수십만~수백만 원의 웃돈이 붙은 채 거래가 이뤄지고 있죠.
다만 적지 않은 글이 허위 게시물입니다. 특히 X에서는 이미 끝난 공연의 티켓 판매 글을 게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좌석 티켓을 판매하는 등 사기꾼들의 실수가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본인 인증과 비교적 엄격한 결제 방식을 도입한 티켓 거래 전문 사이트 티켓베이가 인기를 끈(?) 이유기도 하죠.
티켓베이에서 티켓을 판매하기 위해선 일단 본인인증을 거쳐 회원 가입을 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공연 일시와 구체적인 좌석 정보, 상품 사진, 티켓 보유 여부, 페널티 카드 등록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페널티 카드 등록은 결제 완료 후 상품을 전달하지 않거나 등록한 상품 정보와 실제 티켓 정보가 다르고, 판매자가 직접 판매를 취소하는 등 판매자 과실에 따른 거래 취소가 발생할 경우 판매금액의 30%를 취소 페널티로 부과하는 정책입니다. 이 페널티 카드는 본인 명의의 카드를 등록해야 하죠.
하지만 이 같은 본인 인증 절차가 널뛰는 티켓 가격에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사기 위험이 적다'는 인식으로 수백만 원대의 웃돈이 붙은 고가 티켓이 거래되는 통로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티켓베이에서는 콘서트뿐 아니라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 뮤지컬, 연극, 클래식 등 수많은 분야의 티켓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티켓베이가 내년부터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건 암표를 둘러싼 압력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티켓베이는 1일 공지사항을 통해 '거래 가격 상한선' 제도 도입을 예고했는데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정책의 골자는 '판매 등록 가능 금액을 티켓 1매 기준 100만 원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겁니다. 공연·스포츠 등 모든 티켓과 등급, 좌석 무관 동일 적용되는 이 제도는 특정 공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과도한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함인데요. 티켓베이 측은 "고가 매물은 실제 거래 성사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허위 등록이나 사기성 거래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회원 보호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거래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자율 규제안의 일환으로 거래 가격 상한선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암표 근절 방안을 보고받고 "형사처벌 강화는 반대"라며 "처벌보다 과징금의 효과가 훨씬 크다. 과징금을 세게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논의를 거쳐 지난달 28일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부정 구매·판매할 경우 최대 50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암표 근절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부정 거래로 얻은 이익을 몰수하거나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했고요. 암표 거래를 신고한 이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이에 더해 소속사들은 공연장 입장 시 신분증 제시 등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거나 매크로 같은 부정 거래를 솎아내는 방식으로 암표 근절에 힘쓰고 있습니다. 성시경 측도 이번 콘서트와 관련해 부정 거래가 의심되는 예매 건에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 검토를 거쳐 취소 처리할 방침입니다. 현재 예매 사이트에는 1차 소명 미제출 예매 건과 2차 소명 요청 예매 건들이 '박제'돼 있기도 하죠.
다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소명 과정이 불투명한 탓에 어떤 기준으로 의심 건이 결정되는지, 소명 제출 후 어떤 절차를 거쳐 취소 여부가 결정되는지 명확히 안내되지 않아 의문을 낳을 수도 있는데요.
최근 X에는 "직접 예매한 '2025 멜론 뮤직 어워드(The 17th Melon Music Awards', MMA 2025)' 티켓이 돌연 취소됐다"는 주장 글이 잇따라 게재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게시물에 따르면 예매처인 멜론티켓 측은 티켓 취소 사유로 '비정상적인 경로로 예매 시도'를 들며 "해당 예매는 모두 강제 취소된다. 자진 취소 여부와 관계 없이 고객님의 예매 건은 부정 예매로 확인돼 사용하신 멜론티켓 아이디는 3개월 동안 이용 제한될 예정"이라고 안내했죠.
적지 않은 이들은 "내 손으로 직접 잡은 티켓"이라며 황당함을 표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멜론티켓 측은 이들 티켓을 비정상적인 접근으로 판단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소명 역시 받지 않겠다고 답변했다는데요. 일각에서는 "초대표나 이벤트표를 위해 일반 소비자의 티켓을 강제 취소한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추측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한편으론 티켓베이 등 거래 플랫폼 차원의 대응이나 규제가 암표 근절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예매처 차원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죠.
또 티켓베이의 새 정책처럼 특정 플랫폼이 가격 상한선을 두는 방식은 오히려 거래를 음지로 이동케 하면서 수요가 집중된 티켓의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암표 거래가 플랫폼만 바꿔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죠.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공식 예매·재판매 시스템의 투명성 강화와 팬들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가지 않는 절차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