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는 ‘수출 가격 인상 약속’
후판·열연 이어 도금·컬러강판 반덤핑 조사 개시
K-스틸법 등 정책 지원도 본격화

미국의 50% 철강 관세 여파가 반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저가 수입재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K-스틸법’ 등 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적 틀이 갖춰지면서, 업계는 내년부터 회복 흐름이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치와 관련해 중국강철공업협회 회원사 9곳의 ‘수출 가격 인상 약속’을 수락, 지난달 24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약속에 참여하지 않은 수출업체들에는 향후 5년간 34.10%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중국산 후판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국내 유통 가격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후판 가격은 2023년 상반기 t(톤)당 100만 원 수준에서 지난해 70만 원대로 떨어졌으나 최근에는 90만 원대 초반까지 회복한 상태다.
수입 규제는 후판을 넘어 다른 제품군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9월부터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최대 33.57%의 잠정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자, 중국 업체들이 관세 장벽을 피해 반제품 열연을 단순 후가공해 도금·컬러강판으로 우회 수출해 왔다고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우회수입을 차단하기 위해 보세제도도 전면 손질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따르면 반덤핑 대상 원료가 보세공장에서 사용될 경우 국내 반입 시 원료과세를 적용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세공장에서는 수입자가 원료과세와 제품과세 중 선택할 수 있어 중국산 열연·후판이 보세공장으로 들어와 가공될 경우 원산지가 ‘한국’으로 변경되며 반덤핑 관세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돼 왔다.
그러나 대외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미국의 50% 고율 관세가 지속되는 데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주요국도 철강 관세 장벽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내수 방어 조치가 가동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스틸법이 본격 시행되면 철강업계는 완연한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요 철강사는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철강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58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고, 현대제철도 같은 기간 81% 늘어난 932억 원을 기록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반덤핑 조사와 가격 인상 약속, 우회수입 차단 장치 등이 함께 작동하면 내수 시장에는 긍정적”이라며 “대외 변수까지 고려할 때 내년이 본격적인 회복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