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혜택서 빠졌는데 금리·유상증자 겹악재 지속
업계 “정책 보완 가능성은 남아”…뒤늦은 회복 기대

리츠(REITs)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국회가 최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0%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리츠는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업계 전반에 실망감이 퍼졌다. 금리 인하 지연, 유상증자 잠재 물량 부담까지 겹치며 내년 전망도 어둡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리츠 TOP10 지수’는 799.04로 연초(730.94) 대비 9.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66.0%, 코스닥 지수는 36.5% 오른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리츠업계에서는 새 정부 들어 추진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에 리츠가 빠지면서 투자심리가 꺾였다고 본다.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0%로 낮추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상은 배당성향 40% 이상 상장사 등이며, 리츠와 펀드는 제외됐다.
업계는 의무적으로 90% 이상 배당하도록 설계된 리츠를 빼놓은 것 자체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향이라면, 구조적으로 고배당을 전제로 하는 리츠가 가장 먼저 거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리츠가 이미 5000만 원 한도 분리과세 혜택을 받고 있어 추가 특례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국내외 환경도 리츠에 호의적이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서 리츠 약세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리츠는 대표적인 수혜 자산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조달비용이 줄고, 부동산 할인율 하락으로 보유 자산의 평가가치가 높아진다. 반대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멈추면 누적 조달비용과 배당여력이 모두 부담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글로벌·국내 금리 환경 모두 시장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이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12월 FOMC를 앞두고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 가운데, 25bp 인하 결정 이후 파월 의장 임기 내 추가 인하가 없는 관망세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하 기조를 사실상 마무리한 분위기다.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낮춘 뒤 7·8·10·11월 네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장기 동결’ 구도가 형성됐다. 최근 의결문에서는 ‘인하 기조’라는 표현 대신 ‘인하 가능성’이라는 문구로 톤을 낮췄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하 ‘기조’는 인하는 분명하지만 시기와 폭을 고민하는 단계인 반면, 인하 ‘가능성’은 인하 여부를 저울질하는 단계”라며 “동결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유상증자 리스크도 내년 리츠 시장의 발목을 잡을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대규모 발행 이후 올해는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내년에는 다시 증자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리츠가 자산을 편입하면 곧 유상증자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추가 자산 편입 계획이 있는 리츠를 둘러싼 경계감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자산 편입을 앞둔 주요 리츠들의 잠재 유상증자 합산 대기 물량은 약 6300억 원 수준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수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예정된 유상증자는 명확한 당위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현재 시가배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편입해 배당을 끌어올리거나, 중장기 가치 상승이 뚜렷한 성장 자산 편입이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분위기는 침체됐지만, 업계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포함 가능성을 ‘마지막 여지’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분리과세 항목 확대 시 세수 감소 규모를 재산정하고 있는 만큼, 검토가 마무리되면 리츠를 포함한 별도 법안이 발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조세소위에서 ‘리츠 포함 안을 신속히 검토한다’는 부대의견이 붙은 만큼, 기재부의 세수 분석이 끝나면 별도 개정 논의가 재개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