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총지출액을 정부가 제출한 728조 원 규모에서 늘리지 않고 ‘원안 유지’로 확정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기조를 유지한다는 명분을 살리는 동시에, 야당이 요구한 일부 민생 필수소요(법정·의무적 지출)에 대한 증액 요구를 감액 항목 조정을 통해 수용했다.
총 감액 규모를 정부 원안 대비 약 4조3000억 원으로 묶고, 이 범위 내에서 증액이 필요한 사업에 자금을 재배분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감액 대상에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일부 신규 사업과 논란이 됐던 예비비 등이 포함됐다. 이는 정부의 일부 신규 사업에 대한 과도한 재원 투입 논란을 반영하고, 야당의 ‘이재명표 예산 지키기’라는 명분을 일부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야는 이재명 정부의 역점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과 국민성장펀드 등에 대해선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그간 민주당은 해당 예산 보전을 강하게 주장해 왔으며, 4조 원을 삭감하되 총액을 유지한다는 합의를 통해 민생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정부안에 대한 최대치 보전을 이끌어냈다.
이번 합의는 여야 간의 팽팽한 대치를 이어오던 양측이 법정 시한을 코 앞에 두고 타협점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정국 운영에도 변화가 일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새해 예산 집행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야 지도부는 각각 성과를 강조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다”며 “5년 만에 법정 기한을 지킨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 이소영 의원도 “핵심 국정과제를 모두 지켜냈다”며 “AI 예산도 사업 규모만 일부 조정했을 뿐 사업 자체는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AI·정책펀드 등 불필요한 예산을 정비했다고 평가했다. 박형수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는 “109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확장재정 상황에서 예산 순증을 막은 것이 성과”라며 “중복 편성된 AI 예산과 방만 운용된 정책펀드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성장펀드와 지역사랑상품권 등 감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됨 것은 2014년, 2020년에 이어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 도입 이후 세 번째로 법정시한을 지킨 사례다. 정부 관계자는 “대체로 정부 예산안이 원안대로 유지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AI 관련 예산은 일부 감액됐지만, 사업 자체는 정부 안대로 모두 유지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