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넘어 ‘브랜드 세계관’ 경험 제공 전략
하이주얼리‧럭셔리 워치 등 카테고리 다양화

명품 소비가 ‘전통적 호황’에만 기대던 시대가 저물었다. 경기 둔화와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도 더 차별화된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 명품 브랜드 역시 가방, 신발 등 기존 제품에 기반한 쇼핑을 넘어 헤리티지‧미식 경험 등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하는 마케팅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의 세계관 확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더 리저브(옛 본관)에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의 루이 비통 매장인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매장이 대표적이다.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은 신세계 더 리저브 6개 층에 걸쳐 약 4892㎡(약 1480평)의 크기를 자랑하는 ‘체험형 매장’이다.
일반 매장과는 달리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에는 루이 비통이 운영하는 카페, 초콜릿숍, 식당은 물론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듣고 볼 수 있는 전시 공간까지 마련됐다. 루이 비통의 ‘A to Z’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단순히 가방이나 옷, 신발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가는 공간이 되는 셈이다.
구찌도 9월 2022년부터 운영하던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을 이태원에서 청담으로 이전해 리뉴얼 오픈하며 주목을 받았다. 에르메스는 이미 2006년 도산 파크 지하에는 ‘카페 마당’을 열고 먹고 전시도 보고 쇼핑도 할 수 있는 ‘머무르는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했으며 디올은 2015년 청담과 2022년 성수에 ‘카페 디올’ 열었다.
브랜드 경험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은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명품 소비는 꾸준히 존재하지만, 우상향 할 수 있을지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가를 것”이라며 “소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동시에 ‘니치’한 취향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라이프스타일 체험으로도 확장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특정 브랜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소한 경험이나 특별함, 헤리티지 등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오픈에 대해 “국내 백화점 중 루이 비통의 라이프스타일, 미식 등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매장이 오픈했기 때문에 꼭 들러야 할 명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존 가방, 신발 등으로 명품에 입문했던 것과 달리 하이주얼리, 워치 수요가 늘어난 점도 명품 브랜드가 주목하는 변화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유독 럭셔리 주얼리, 워치 등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띈다”며 “그 배경에는 해당 제품이 투자 가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점에 더해 소비자들이 ‘더 차별화된 명품’을 원하는 니즈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맨즈, 키즈 카테고리가 확장되는 것도 브랜드 입장에서 매출을 늘려야 하다보니 생겨난 변화”라고 분석했다.
9월에는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제이콥앤코’가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 개점하기도 했다. 제이콥앤코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은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아시아 최대 규모 부티크에 이은 두 번째 매장이자 국내 유통사에서 연 최초의 매장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늘어나는 럭셔리 워치, 하이주얼리 니즈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과 함께 명품 소비가 강한 전략 지역일 뿐 아니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에 대한 니즈가 커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라이스타일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더 차별화된 경험, 더 색다른 경험에 대한 모험심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기에도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