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 완화 속 ESS 수요 확대
“대규모 재고평가손 끝나고 실적 개선 초입”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상 양극재·셀 판매 가격은 광물 가격과 연동되는 구조여서, 리튬값 상승이 업체들의 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당 91.0위안으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중 최저점이던 6월 23일(57.7위안)과 비교하면 57.7% 올랐고, 4분기 들어서만 27.6% 뛰었다.
리튬은 배터리 셀 원가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통상 제품 판매 가격과 광물 가격을 연동시켜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리튬값 상승은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또한 낮은 가격에 확보한 리튬 재고의 가격이 오르면 재고평가환입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와 올해 초 리튬값이 폭락할 때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냈던 소재 업체들에는 반대 방향의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공급 과잉이 완화되는 시점에 전방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난 것이 가격 반등을 이끌었다고 본다. 최근 3년간 리튬 가격이 하락을 거듭하자 일부 업체들은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글로벌 리튬 생산능력의 약 40%는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고, 이 중 3분의 1은 가동을 멈춘 상태로 평가된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개화하며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와 함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ESS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2027년까지 ESS 설치량을 180GW(기가와트)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점진적 회복세에 접어들며 리튬 수요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S 수요에 힘입어 리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JP모건은 내년 리튬 수요의 30%를 ESS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2026~2027년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리튬업체 간펑리튬도 내년 리튬 가격이 t당 15만~20만 위안(㎏당 150~200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리튬 가격이 반등하면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소재사들의 대규모 적자 요인으로 지목된 재고평가손실 국면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셀·소재 업체들이 ESS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실적 개선 흐름이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