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는 여전…포용금융 이행 '최대 난제'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저축은행 업권은 부실채권을 꾸준히 정리하며 대손비용을 줄인 덕에 올해 3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다. 건전성 지표도 개선세를 보이면서 '지역 의무대출 완화' 등 향후 규제 환경이 다소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다만 대출총량 규제와 취약차주 대상 포용금융 압박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3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43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1억 원)보다 약 57%(886억 원) 늘었다.
실적 개선을 주도한 곳은 SBI·OK·웰컴저축은행이었다. SBI저축은행은 누적 순익이 지난해 3분기 532억 원에서 올해 924억 원으로 뛰어 가장 큰 순이익을 냈다. OK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235억 원에서 818억 원으로 3.5배 가까이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애큐온저축은행만 올해 3분기 9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다만 분기 실적만 보면 상황이 다소 다르다. 6월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인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5대 저축은행 합산 기준 지난해보다 97억 원 감소했다. 부실채권 정리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축소, 이자비용 절감 등이 누적 실적은 끌어올렸지만 규제의 영향이 분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건전성 지표는 대체적으로 개선됐다. SBI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3분기 5.95%로 지난해 동기(6.34%) 대비 0.39%포인트(p) 낮아졌다. OK저축은행은 11.17%에서 9.68%, 웰컴저축은행도 13.59%에서 11.07%로 각각 개선됐다. 5대 저축은행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같은 기간 9.38%에서 8.67%로 0.71%p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여파로 흔들렸던 건전성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내년 경영 환경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부실채권 정리를 엄격히 요구하는 동시에 내년에는 일부 영업 규제 완화를 추가로 검토하는 '당근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관건은 '지역 의무대출 비율' 조정 여부다. 현행 제도상 저축은행은 총여신 중 일정 비율을 영업구역 내 개인·중소기업에 공급해야 한다. 예컨대 부산·경남권을 영업 구역으로 두고 있는 저축은행은 해당 지역에서 대출 비중 40% 이상을 채워야 한다.
업계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제활동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우량 대출 수요가 훨씬 많다는 점을 들어 현실적인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당국은 신뢰 회복 문제가 남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업권의 건전성 지표가 일부 개선되자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이달 5일 정례회의에서 영업구역 내 여신비율을 산정할 때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에 150% 가중치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가중치가 현행 100%에서 150%로 상향되면 동일한 규모의 여신을 취급하더라도 지역 저축은행은 햇살론을 통해 지역 의무대출 비율을 더 빠르게 채울 수 있어 규제 부담이 일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비수도권 여신에 110% 가중치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지역 의무대출 비율을 맞추는 부담은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질 경우 업권 전반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부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 저축은행이 포용·생산적 금융이라는 정부 요구를 어떻게 충족해 나갈지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못하도록 묶어둔 상황에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지역대출 의무 비율 조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년 대출 규제 완화 여부가 저축은행 업황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건전성 지표 관리 강화를 중점으로 두고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며 "포용·생산적 금융의 경우 정책자금 대출을 어떻게 취급할지가 중요한데 은행권에 준하는 여러 규제들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시장 상황까지 안 좋다 보니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