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이 다시 요동치자 레버리지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이달 평균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120억 원. 단기 급등주식을 좇는 조급한 매매가 몰린 끝에, 반대매매 누적액도 28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아직 월말도 오지 않았는데 올해 최대치다.
걱정이 되는 건 내 또래 청년층이다. 주변을 보면 주식·코인값이 들썩일 때마다 청년 투자자는 손이 먼저 신용 버튼을 향한다. 탐욕이라고 보기엔 그들의 사정을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다. 다수는 결혼을 앞두거나 출산을 앞두고 집 걱정이 많은 이들이었다. 평생 벌어도 번듯한 아파트 하나 사기 어려운 현실.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기회를 영영 놓친다’라는 불안은 쉽게 레버리지 유혹으로 이끈다.
이런 불안은 종종 정책 신호가 더 키운다. 최근 금융당국 고위 인사의 “투자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기회’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빚투 확대를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퍼졌다. 곧바로 사과가 잇달았지만, 내게도 이 같은 발언은 청년들의 조급증을 다독일 신호가 아니라 조급함을 부추기는 신호로 보였다.
금융 구조 역시 청년들을 위험 쪽으로 밀어붙인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속에서 신용대출 금리가 더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이어진다. 담보 없이도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다면, 집은 못 사더라도 주식과 코인으로 기회를 잡아보자는 심리로 이동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금융수장이 “신용대출이 늘었지만, 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 것도 다시 오해를 남겼다. 누군가는 ‘이 정도 빚은 아직 괜찮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쉽다.
신용 기반 투자의 결말은 늘 비슷하다. 가격이 조금만 흔들려도 상환 압박과 손실이 동시에 터진다. 주변인만 봐도 운이 좋으면 ‘벼락 부자’가 됐지만, ‘벼락 거지’가 되는 이들이 더 흔했다. 코스피·코스닥이 하루 2~3%씩 요동친 이달, 반대매매가 폭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급등에 올라탔다가 급락에 부딪히고, 그 충격은 가장 취약한 청년층부터 덮칠 수 있다.
일관된 정책 메시지가 필요하다. 빚을 내서 자산을 따라잡으라는 신호도, 반대로 빚을 끊으라는 신호도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통화정책·금융정책·부동산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순간, 시장은 가장 빠르게 부를 확보할 수 있는 경로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항상 청년들에게 훨씬 더 위험한 방식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무분별한 신용 확대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 실수요를 보호하되 퍼주기식 대출은 오히려 청년을 더 위험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빚을 내서 ‘기회’를 따라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한, 청년층의 재무 건전성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건 과도한 레버리지를 멈추게 할 정책적 안정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