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급등락 반복에 빚투 악순환 심화

국내 증시가 하루 2~3%씩 흔들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반대매매 규모가 이달 들어 급증하고 있다. 거래일이 아직 남았지만 월간 누적 반대매매 금액은 이미 올해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 단기 급등에 올라탄 빚투(빚내서 투자)가 변동성 확대와 맞물리며 악순환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하루 평균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120억 원으로 전월 대비 4.3% 증가했다. 지난달까지 9000억 원대에서 움직이던 미수금이 이달 들어 1조 원대를 뚫고 올라간 것이다. 미수금이란 투자자가 단기 외상으로 주식을 사고 2영업일 내 결제해야 하는 채무 성격의 금액을 말한다.
미수금 급증은 곧바로 반대매매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누적액은 28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월말이 오지 않았는데도 올해 가장 많은 월간 반대매매가 발생한 셈이다. 같은 기간 하루 반대매매액도 100억~300억 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산 주식의 결제 대금을 갚지 못하거나 담보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돈을 회수하는 절차다. 시세보다 15~20% 낮은 가격에 주식이 처분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빌린 돈뿐 아니라 원금까지 잃을 위험이 매우 크다.
올해 하반기 들어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가 늘면서 미수금이 평균 9000억~9700억 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이달 들어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2~3%씩 급등락하는 흐름이 반복되자 반대매매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급등에 영끌로 올라탔다가 급락에 반대매매가 터지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빚투’는 꺾이지 않고 있다. 만기가 비교적 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6일 기준 26조5000억 원이다. 일 처음 26조 원대를 넘어선 이후 20일 26조8471억 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고점 근처에서 계속 유지되는 흐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변동성 장세 속 무리한 차입투자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I 버블 논란, 고환율, 연준 변수 등 대외 불확실성이 12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급락 구간에서 반대매매가 동시다발로 발생하면 개인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