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특히 직격타
“한국 떠나야 하나” 고민도

인공지능(AI) 발(發)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인상 부담이 산업용에 집중되면서 한국 제조업의 핵심인 전력다소비 업종을 정면으로 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이 정도 탈(脫)한국 유인책”이라는 탄식까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전기료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kWh당 58원에서 190.4원으로 227% 인상됐다.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같은 기간 kWh당 107원에서 152원으로 42% 올랐다. 2023년부터 산업용 전기료가 주택용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전력 수요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0~2023년 국내 전력소비가 연 1.7% 증가했지만, 2024~2038년에는 연 2%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기차, 전기보일러 확산 등 ‘전기화(Electrification)’가 본격화되면서다. 같은 보고서는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전력수요가 2% 늘 때마다 전력가격이 일반 물가 상승분에 더해 약 0.8%포인트 추가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01%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탄소중립 정책도 전기요금 상승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이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전기로를 돌리는 철강업계의 타격이 특히 크다. 급등한 국내 전기요금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로도 지목된다. 미국은 산업용 전력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국가다. 전기료 공포에 결국 ‘한국 엑소더스’를 택한 기업도 나왔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OCI홀딩스는 2020년 전북 군산 공장 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옮겼다.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전기료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대로 한국에서 생산을 지속한다면 중국과 맞붙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생산기지 이전을 하지 못한 기업들은 자가발전, 전력도매시장 직접구매 등 새로운 전력조달방식을 고민 중이다. 실제 지난 3월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10곳 중 4곳은 “한전 전기가 아닌 새로운 전력조달방식을 시도할 의향이 있다”고 답다.
전기요금 인상은 첨단 산업의 경쟁력도 갉아먹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전력가격 상승 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의 생산원가 부담이 가장 크게 늘어난다. 전력요금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박경원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이 오르면 생산비 부담이 급격히 커져 적극적인 생산설비 확충이 어려워진다”며 “결국 생산 위축으로 이어져 성장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