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 배우 이순재가 향년 91세로 영면에 든 가운데, 고인이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서 남긴 소감이 먹먹함을 남겼다.
고(故) 이순재는 1월 11일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 대상 주인공으로 호명됐다. 앞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지 2개월 만의 공식 석상이었다.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이순재는 야윈 얼굴에도 유쾌한 입담과 능숙한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라고 운을 떼며 "KBS가 대한민국 방송의 역사를 시작한 해가 1961년도다. 우리나라 방송의 역사를 시작한 곳에서 활동하다 TBC로 건너갔다가 1980년도에 돌아왔다. 많은 작품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생각하며 늘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대상은 이순신 장군, 역사적 인물, 최수종 씨는 4번을 받았다. 줄 수 있다. 얼마든지 중복해서 줄 수 있다. 미국의 캐서린 헵번 같은 할머니는 30대 때 한 번 타고 60대 넘어 3번을 탔다. 우리 같으면 공로상, 60세 먹어도 잘 하면 상을 주는 것이다. 공로상이 아니다"라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이순재는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그것이 미국의 아카데미다. 이 상은 내 개인의 상이 아니다. '개소리'에는 소피를 비롯해 수많은 개가 나왔다. 그 애들도 다들 제 몫을 했다. 각 파트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이들이 최선을 다했다. 거제까지 4시간 반이 걸리는 곳을 20번 넘게 왔다갔다하며 찍은 드라마다. 다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감사한 학생들이 있다. 제가 아직 총장님 배려로 가천대 석좌 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무슨 수업이냐면, 학생들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지도한다. 작품을 정해 한 학기 연습해 기말에 발표를 하는 것"이라며 제자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개소리' 촬영에) 6개월 걸리니까 시간이 안 맞더라. '정말 미안하다, 내가 교수 자격이 없다' 했는데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모처럼 드라마 하는데 잘하세요' 하더라. 가르쳐주신 대로 우리가 다 만들어 내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그 말에 눈물이 나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순재는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순재는 시상자로 출연한 최수종에 대해서도 "지금 최수종 씨는 대표다. 저와 첫 출연 작품이 최장수 일일연속극 '보통 사람들'인데 제 아들로 나왔다. 이젠 완전히 대물이 돼서 중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까지 와서 격려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고 시청자에게 공을 돌려 안방극장을 뭉클하게 했다.
당시 이순재의 수상 소감을 지켜보던 후배 배우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현장에서는 기립박수로 축하와 존경을 표했다.
이순재는 'KBS 연기대상' 역대 최고령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고인의 마지막 공식 석상이 이날 시상식으로 알려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는 "끝까지 울림을 준 배우" 등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