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T·DX CTO에 기술 전문가 기용

삼성전자가 올해 내내 업계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한 시점에 기술 중심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고, 미국발 관세 위협 등 대외 변수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으면서 다시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1일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과 디지털경험(DX)부문 주요 요직에 전진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오랜 기간 강조해온 ‘인재 제일’ 전략 기조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한 셈이다.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승진한 윤장현 사장은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해온 내부 기술 전문가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에서 사물인터넷(IoT)·타이젠 운영체제(OS)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담당 등을 거치며 제품·서비스 전반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된다.
2024년 말부터는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아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유망 기술 투자에 직접 나섰다. 삼성전자는 윤 사장이 모바일·TV·가전 등 주력 사업과 인공지능 기반 미래 기술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기술 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리서치장도 함께 맡는다.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으로 영입된 박홍근 사장 역시 기술 중심 인사의 상징적 사례다. 1999년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뒤 25년 넘게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연구를 이끈 글로벌 석학으로,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삼성은 박 사장을 통해 양자컴퓨팅, 뉴로모픽 반도체 등 차세대 디바이스 기술을 선행 확보하고 기초과학 기반의 초격차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 기조는 ‘안정 속 기술 강화’로 풀이된다. 메모리사업부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 등 사업 수장을 그대로 유지해 조직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면서도,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보직에는 과감히 기술자를 배치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기술 중심 인사를 통해 격차를 다시 벌리고 글로벌 1위 사업자의 위상을 다져 나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부담 요인이었던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러한 제약 요인에서 벗어난 삼성전자가 기술 인재를 전면에 내세워 대외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본격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