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외환보유 ‘1조 달러’ 필요한 이유

입력 2025-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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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나들며 외환시장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는 올해 들어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하락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한국 외환보유액을 9200억 달러까지 확대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3개월 경상지급액, 단기채권의 두 배인 유동외채 등으로 계산하여 적절한 한국 외환보유액을 9200억 달러라고 제안했다.

한국은 높은 무역의존도(75%)와 국제결제에서 달러 비중(70%)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환율 급등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불안을 드러내는 신호다. 외환보유액의 부족, 통상 불균형,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대외투자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위기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외환안정 대책을 즉각 강화해야 한다.

GDP 대비 23% … 위기때 대응 못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5년 11월 42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불과하다. 반면 대만은 GDP의 77%에 달하는 6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스위스와 홍콩은 GDP의 120% 정도를 넘어선다. 대만은 풍부한 외환보유액 덕분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에도 금융 충격을 피해갔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고도 여전히 낮은 수준의 보유액에 머물고 있다.

환율은 연말에 1500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0년간 장기적으로 우상향했고, 향후에도 상승할 확률이 84%에 이른다.

한국이 다시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 확충과 재정건전성 강화, 그리고 국제 금융안전망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BIS는 이미 한국에 최소 9200억 달러의 외환을 비축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200억 달러로, 권고치보다 3000억 달러 이상 부족하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갈등, 금리 변동, 미국과 유럽의 금융 긴장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현재 아르헨티나는 열 번째 국가 파산을 겪었고, 파키스탄·스리랑카·베네수엘라 등 10여 개 국가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외환위기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그 시점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외환보유액 확대는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둘째, 한국은 재정건전성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IMF는 국가부채율이 60%를 넘으면 위험국가로 간주한다. 한국의 국가부채율은 2026년에 51%, 2029년에는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표면상 위험 기준을 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군인연금·공무원연금·공기업 부채 등 미래 지급 의무를 포함한 실질 부채는 이미 2025년 기준 13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프랑스의 113%보다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가 복지 축소에 반발하는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처럼, 과도한 재정지출은 결국 성장 둔화와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도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한국은 미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반드시 다시 체결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한미 600억 달러, 한일 7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덕분에 급격한 외환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두 스와프 모두 종료된 상태이며, 외환시장의 안전판이 사라진 상황이다. 외환보유액 규모만으로는 위기 시 급격한 자본유출을 감당하기 어렵다.

재정건전성 ‘위험수위’ 경각심을

환율 상승은 외환위기의 가장 중요한 신호이며, 이를 안정시키는 것이 금융안보의 핵심이다. 원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결제 비중이 0.1%로 세계 40위에 불과할 정도로 국제화가 매우 낮다. 그렇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확충, 재정건전성 회복, 통화스와프 체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금부터 외환보유액을 1조 달러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재정지출을 구조조정하여 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해야 한다. 또한 한미·한일 통화스와프를 조속히 재개해 외환시장의 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 외환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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