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격차·개방적 연구생태계로 우위
빅테크 기업 특전 전쟁에 몸값 천정부지

미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인재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압도적인 인프라와 개방적 연구 생태계가 결합되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슈퍼 인재’ 쟁탈전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격화하는 모습이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상위 2%에 해당하는 탑티어 AI 연구자의 60%를 고용하고 있다. 또 전 세계 AI 연구원의 42%가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엘리트 연구원의 거의 절반을 배출하는 세계 최대 최상위 AI 인재 생산국이지만, 정작 이들이 일하고 정착하는 곳은 미국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인재 블랙홀’ 현상은 인프라 격차에서 두드러진다. 미국은 전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서방 반도체 공장들은 가장 강력한 AI 모델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제조에서 중국보다 최소 3세대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자유로운 연구·논문 생태계까지 결합하면서 세계 인재가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특전(特典·특혜) 전쟁’이 AI 인재 확보 열기를 한층 부추기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메타 초지능 연구소(Meta AGI Research)’를 설립하고 인재 스카우트에 직접 뛰어들었다. 저커버그 CEO는 채용 후보자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할 정도로 열정적인 유치 공세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금 이 순간 AI 최상위 인재 확보 경쟁은 내 평생 본 것 중 가장 치열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I 인재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연봉 데이터 사이트인 레벨스에 따르면 경력 1년 미만의 머신러닝 엔지니어조차 연봉 최소 20만 달러(약 2억9000만 원)를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오픈AI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8월 직원 약 1000명에게 인당 최대 수백만 달러 수준의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다. 심지어 저커버그는 최상위 AI 인재들에게 연봉 1억 달러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역시 인재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AI 코딩 스타트업 인드서프의 바룬 모한 CEO 등 소수 핵심 인력을 ‘구글 딥마인드’에 합류시키기 위해 쓴 돈이 24억 달러에 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7월 딥마인드에서 약 20명을 영입하는 등 빅테크 사이에서 물고 물리는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동영상 생성 AI 플랫폼 신세시아의 알렉산드로 보이카 기업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챗GPT 같은 AI 모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억 달러를 써야 하며 그 정도 돈을 쓸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엔지니어 1명에게 1000만 달러 정도를 쓰는 것은 오히려 작은 투자”라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AI 민간투자 규모는 1091억 달러로 중국(93억 달러)의 약 12배에 달했다.
다른 나라들도 적극적으로 AI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절대 우위’가 당분간 흔들리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학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 과학 연구비 삭감 및 제한적인 이민 정책은 이러한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