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요건 검증 더 엄격해야"

3대 특별검사팀이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특검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속 제도는 피의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최후의 수단인 만큼 특검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김선규·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증거인멸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두 사람에게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을 지연시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이 청구한 양남희 웰바이오텍 회장 영장도 16일 기각됐다. 법원은 혐의 소명 정도가 충분하지 않고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양 회장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미끼로 투자자를 속여 주가를 띄웠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영장을 13~14일 연달아 기각당했다. 박 전 장관은 두 차례 영장이 기각됐으며, 법원은 "추가 자료를 종합해도 여전히 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에 대해서도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해 증거가 상당 부분 확보됐고, 도주·증거인멸 우려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가장 먼저 소집한 국무위원 가운데 한 명으로, 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가담·방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황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직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계엄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내란선동'에 해당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들은 "범죄 중대성이 크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혐의 다툼의 여지·불구속 수사 필요성·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부재를 이유로 영장 청구를 연이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수사 시한이 임박한 상황이 특검의 '무리한 구속 드라이브'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3대 특검이 수사 기한을 의식해 경쟁하듯 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며 "영장 기각 사유가 대부분 '범죄 소명 부족'인 점을 보면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 소명이 부족해 영장이 기각되는 상황은 특검 입장에서 상당히 민망한 일"이라며 "법리적 쟁점이 많은 사건에 특검이 지나치게 영장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불구속이 원칙이며, 구속은 혐의가 명백하고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명백할 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며 "잇단 기각은 범죄 소명 자체가 부족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황 전 총리의 영장 청구에 대해선 무리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황 전 총리의 내란선동 혐의는 오늘날 표현 환경을 감안하면 '선동'으로 볼 수 있는지 자체가 논란"이라며 "설사 내란선동 혐의가 성립한다고 해도 SNS에 모든 발언이 남아 있고 도주 우려도 낮은 상황에서 영장 청구는 과도한 정치적 접근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