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회복력’에 주목
알파벳 주가 올들어 45% 뛰어
애플은 빠르게 투자 축소 중

버크셔해서웨이가 올 3분기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 지분을 43억 달러(약 6조3000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버크셔가 알파벳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연말 경영 일선에서 은퇴를 앞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마지막 신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버크셔는 전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유주식 현황 자료에서 9월 말 기준 알파벳 A주를 1780만 주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약 43억3000만 달러를 썼는데 이는 3분기 버크셔의 신규 편입 종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또 현재 해당 지분 가치는 약 49억 달러로 뛰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과열 논란이 짙어지는 가운데 알파벳은 버크셔 포트폴리오 내 10번째로 큰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전통적으로 ‘고성장 기술주’보다 ‘장기 가치주’에 집중해온 버핏의 투자 철학에서 다소 벗어난 움직임이라는 평가이다.
월가에서는 버핏과 2023년 별세한 찰리 멍거 전 버크셔 부회장이 과거 구글 투자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했던 발언을 떠올렸다. 버핏과 멍거는 2019년 버크셔 연례총회에서 알파벳을 사지 않은 것을 두고 “실수했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당시 멍거는 “우리 사업에서도 구글 광고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는데 그저 엄지손가락이나 빨고 있었다”며 “버핏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누가 알파벳 매입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CNBC는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토드 콤스나 테드 웨슬러가 알파벳 투자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앞서 2019년 버크셔의 아마존 지분 매입을 주도했다.
버크셔는 알파벳 주식 매입과는 반대로 애플에서는 점진적으로 발을 빼는 흐름을 보였다. 3분기 약 4200만 주(15%)의 애플 주식을 매도했다고 공개했는데 금액상으로는 106억 달러에 달했다. 또 2개 분기 연속 애플 투자 비중을 축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여전히 649억 달러로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약 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버핏은 2023년부터 지난해 사이 애플 보유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매도해 막대한 이익을 실현했다. 애플 투자는 2016년에 처음 시작했다.
버핏의 알파벳 선택은 지난 1년간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구글이 되살아난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FT는 풀이했다. 반면 애플은 실리콘밸리 경쟁사들보다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 당시 구글은 대응이 늦었고 이후 서둘러 출시한 챗봇이 부진한 반응을 보이면서 검색 광고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올해 구글의 AI 역량은 빠르게 개선됐다. 동시에 핵심 사업인 검색 부문도 예상보다 견실해 알파벳은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주가 추이를 보더라도 전날 종가 기준으로 알파벳은 올들어 45% 뛰었으며 이는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애플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
애플과 알파벳을 제외하면 버크셔의 주요 보유 종목에는 빅테크 기업이 거의 없다. 3분기에도 큰 변화가 없었던 상위 보유 종목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ㆍ뱅크오브아메리카(BoA)ㆍ코카콜라 등이었다.
버핏 회장은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올해 말에 은퇴한다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버핏 은퇴 후 버크셔는 후계자로 지명된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이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