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기후부의 일회용컵

입력 2025-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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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기자단 여러분은 당연히 텀블러 챙기셨죠?"

지난해 5월, 환경부에 출입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산하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기관 내 세미나실 한 쪽에 기자단을 위해 준비된 리필형 커피 백이 있었다. 선후배들은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냈다. 귀찮다는 이유로 텀블러 사용을 꺼렸던 내게 자원관 직원의 '당연한 텀블러'라는 말은 뜨끔하다기보다 '환경부는 확실히 다르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한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그런 느낌은 종종 받았다. 예를 들어 환경부 각 부서 사무실 정수기에는 접이식 종이컵이 없다. 음식점, 카페 등에서 제공하는 물티슈, 빨대를 쓰지 않는다는 직원들도 드물지 않게 만났다. 언젠가 한 실장급 환경부 공무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평생 물티슈를 안 쓴다'는 그의 말에 내가 "대단하시다"라고 하자 그는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환경부 사람이라면 일회용품을 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상 속의 어려운 친환경 실천 하나하나가 환경부의 저력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1년 반이 지났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로 몸집이 커졌고 산업통상부 산하 에너지공기업도 줄줄이 따라왔다. 산업부 출입 경험이 없음에도 최근 한 에너지공기업이 주도한 팸투어에 가게 된 배경이다. 첨단 신기술을 접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눈길이 더욱 간 것은 곳곳에 준비된 주최 측의 '일회용컵 커피'였다. 행사 살피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기자들 목 축이라고 커피까지 챙겨준 것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옛 환경부 산하기관 행사를 떠올리면 생경한 일이었기에 위화감이 '살짝' 들었다.

그래서 세종시로 돌아가기 직전, 기자단과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며 취재 지원 등 모든 편의를 봐준 기관 관계자에게 1년 전 그날의 감상을 조심스레 전했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무엇이든 '받은' 입장에서 그야말로 '선의의 제공자'에게 '일회용컵이 어떻고…' 운운하는 게 달갑게 들릴 리 없겠지만, 최대한 불편해 하지 않도록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는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어렵지 않은 일이니 앞으로는 우리도 그렇게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로 충분했다. 이런 식으로도 기후부라는 큰 틀에서 첫발을 내디딘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조직이 화학적으로 더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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