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PMI, 크로스보더·카브아웃 딜 필수요소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단순 작업 아냐
딜로이트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한 자문 제공

과거 국내에서 활발했던 전통적인 지분 인수(에쿼티 딜)는 인수 이후에도 매수자가 피인수사를 그대로 유지하며 경영권만 확보하는 방식이 많았다. 이러한 인수 형태에서도 인수 후 통합(PMI)은 일정 부분 중요했으나, 최근 들어 크로스보더(국경간거래)·카브아웃(사업부 매각) 거래가 증가하고, 인수 이후 시너지 및 밸류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PMI의 중요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면서 모든 형태의 M&A 딜에서 IT PMI가 중요해지고 있다.
안종식 한국 딜로이트 M&A 통합 서비스그룹(One M&A) 상무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비용 중에 IT 비용이 50% 정도를 차지해 IT PMI에 대해 경영진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성공적인 IT PMI를 위해서는 실행(Execution)도 중요하지만, 계획(Planning)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현재 딜로이트에서 M&A IT 서비스를 담당하며, M&A 단계별 최적의 IT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적인 M&A가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 제약회사, PE 투자회사 등에 IT 실사(DD), IT PMI 계획 및 실행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안 상무는 "IT 시스템 통합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며, 통합하기 전에 우수한 시스템으로 통합할지, 매수자 또는 매도자 시스템으로 통합할지, 통합하지 않고 각사 시스템을 유지할지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IT PMI 플래닝 단계에서 양사의 시스템을 상세하게 분석해 IT 통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안 상무는 "M&A 과정에서 IT 비용이 많이 발생하므로 매도자 또는 매수자 시스템으로의 일방적인 통합 결정은 향후 예기치 못한 자본지출(CAPEX), 운영지출(OPEX)이 발생해 과투자되거나, M&A 이후 추가 인수, 매각, 분사 등 후속 이벤트 발생시에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IT PMI는 매수자·매도자 중 하나의 시스템으로 단순 통합하는 작업이 아닌 여러 복잡한 전략이 필요하다.
안 상무는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IT PMI 계획 단계에서 전략과 마스터플랜 수립을 경영전략에 맞춰 수립해야 한다"며 "실행 단계에서는 당초 수립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데, 계획이 잘못 수립되거나 전략적이지 못하면 실행 단계에서 예기치 못하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안 상무는 최근 늘어난 카브아웃 딜의 경우 매도자로부터 앱·데이터·인프라 등 IT 자산 분리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Day 1 시점(인수 기업을 실제로 운영하는 첫날)에 매수자는 시스템을 구비해서 비즈니스를 영위해야 하는데, IT 자산 분리가 용이하지 않으면 매도자로부터 TSA(Transition Service Agreement) 계약을 체결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매도자의 IT 시스템을 한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TSA란 매도인이 Day 1 이후 일정 기간 동안 매수인에게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TSA를 통해 매도자의 시스템을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지만 큰 비용이 발생해 매수자에게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최근에는 지적재산권(IP)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핵심적인 데이터를 분리하지 못해 반쪽짜리 딜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완전 인수(Full Acquisition Deal)의 경우 해당 이슈가 크지 않지만, 온전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자 갖고 있는 다양한 IT 자산의 효율화가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안 상무는 "만약 인수 직전에 매도자가 대규모 IT 라이선스 또는 아웃소싱 계약을 맺었다면, 인수 이후 시너지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양사가 중복되는 다양한 IT 자산이 있을텐데, 양사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통합을 해야하는지가 중요해진다"고 전했다.
특히 IT PMI의 성공 기준은 정량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정성적인 요인을 고려해서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량적인 요인으로는 IT CAPEX·OPEX가 인수 후 매출·비용 성장률에 비해 효과적으로 통제되는 것이 1차적인 평가 기준"이라며 "정성적으로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M&A를 통해 달성하려는 경영전략과 목표를 IT가 얼마나 잘 지원하는가를 평가하거나, 인수 후 시너지 관점에서 새로운 지역이나 사업영역 등에 원활하게 진출하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브아웃 딜의 경우 'Day 1 Operation'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Day 1 Business Continuity(비즈니스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 기준이 될 수 있다. IT TSA 계약을 조기에 종료해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IT 통합에 따라 원활한 시스템 운영도 성공요소 중에 하나다.
최근에는 M&A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안 상무는 "M&A는 매수자 입장에서도 어차피 IT에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과거에 시도하지 못한 디지털 전환을 고려해 IT 통합을 할 수 있다"며 "매수자·매도자의 IT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고, 양사의 데이터를 데이터 플랫폼으로 구성해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IT 시스템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매수자·매도자들이 요청사항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자문사는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안 상무는 "IT 요구사항이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M&A 딜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수자·매도자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크로스보더·카브아웃 딜 프로젝트를 맡은 적 있다"며 "각자의 역량과 지역적 기반이 다른 딜에 대해 IT 실사(DD) 및 PMI 계획 수립을 수행했는데, 양사의 비즈니스모델, 핵심 역량, 지역 기반이 달라 매수자가 익숙하지 않은 글로벌 시스템을 전면 신규 도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딜로이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서 딜의 성공을 견인한 경험이 있다"고 회상했다.
안 상무는 고객사의 밸류업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그는 "딜 성격에 따라 단순한 IT 범위를 넘어 비즈니스 전략과 관련된 요구사항이 있더라도, 그러한 요구사항이 고객의 가치에 부합하고 매도자·매수자의 밸류업을 할 수 있다면 최적의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딜로이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M&A IT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는 것도 자문 전략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딜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다양한 국가의 규제와 산업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복잡한 요소들은 한국 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딜로이트는 전 세계 네트워크와 다양한 글로벌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