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한국딜로이트그룹 'One M&A' 파트너 "PMI가 M&A 성패 가른다" [딜 파트너⑨]

입력 2025-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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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11-09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부 프로젝트 IMO 리더로 활약
PMI, 거래 이전 단계부터 시작되는 종합적인 준비 과정
"대기업 중심의 크로스보더 PMI 수요 늘어날 것"

2025년 국내 자본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출발했다. 정세 안정에 대한 기대와 달리 대기업들은 사업 재편에 무게를 두며 인수합병(M&A) 시장의 활력이 떨어졌다.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강화된 심사 기조에 막혀 활발하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유동성 위축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투자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이런 시기일수록 시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자문사의 역할과 통찰이 중요하다. 이에 본지는 [딜 파트너] 기획을 통해 국내 4대 회계법인의 파트너들을 차례로 만나 산업 별 현황과 향후 시장 전망을 들어보고, 자본시장 흐름을 진단한다.

▲김태호 딜로이트안진 파트너가 20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One IFC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태호 딜로이트안진 파트너가 20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One IFC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인수합병(M&A)의 목적은 단순히 회사를 인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수 전 설계했던 계획대로 시너지를 창출해야 비로소 '성공한 M&A'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이 필수적이다.

김태호 한국 딜로이트 M&A 통합 서비스그룹(One M&A) 파트너는 PMI에 대해 "거래 이후의 단순한 통합 단계를 넘어, 딜 이전 단계부터 시작되는 종합적인 준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전략 수립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세부 과제의 선별, 그리고 통합 이후의 조직·프로세스·IT·거버넌스 설계 등도 모두 PMI의 중요한 일부라는 뜻이다.

김 파트너는 2020년 딜로이트 M&A팀에 합류해 M&A라는 여러 산업의 사업실사(CDD)와 PMI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이외에도 전략프로젝트·신사업진출 전략·턴어라운드 전략 등을 다수 진행한 PMI 전문가다. 특히, 국내 M&A 역사상 가장 큰 딜로 꼽히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PMI 프로젝트에서 2021년부터 약 4년간 프로젝트 인수 후 통합 관리 조직(IMO) 리더를 맡으며, 단 한 건의 주요 이슈나 지연 없이 올해 9월 모든 통합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PMI, 가치 실현의 속도와 완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김 파트너는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PMI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PMI는 일반적으로 딜 사이닝 이후, 매수자와 거래 대상 기업이 목표한 시너지 창출과 안정적인 운영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수행하는 전략적 통합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결국 PMI는 딜의 성사를 현실적 가치로 전환하는 전 과정이며, M&A의 성공을 실질적으로 완성시키는 '실행 프레임워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PMI의 중요성을 놓쳐 '실패한 M&A'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김 파트너는 "M&A의 목적은 매출 증대, 신규 시장 진출, 비용 절감 등 계획된 플랜을 실제로 실현하는 데 있다"며 "하지만 많은 기업이 딜의 사이닝(계약) 단계에 대부분의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거래가 완료된 이후에는 현업 부서나 타깃사에 통합 실행을 거의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해당 현업 조직들이 M&A나 PMI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고, 본업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통합 추진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통합 일정이 늘어나고 비용과 인력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시너지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패한 M&A'로 평가받을 수 있다.

김 파트너는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이러한 문제를 경험한 뒤에야 뒤늦게 PMI 전문가를 투입하는 사례가 많다"며 "결국 PMI는 M&A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단계이며, 거래 이후의 모든 가치 실현을 구체적으로 실행해내는 '실행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PMI 과정에서 통합 지연, 예상보다 긴 검토 절차, 인력 이탈, 문화적 충돌 등이 발생하면서 프로젝트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김 파트너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인수 당시 설정한 전략적 가설을 적시에 실행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거래는 성사됐지만, 가치 창출은 실패한 M&A로 남게 된다"며 "딜의 성공은 단순히 좋은 타깃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PMI를 얼마나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즉, PMI는 '가치 실현의 속도와 완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김태호 딜로이트안진 파트너가 20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One IFC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태호 딜로이트안진 파트너가 20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One IFC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개별 PMI 조직 구성보다 한팀이 운영하는 것이 중요"

김 파트너는 PMI는 '전략 수립→운영모델 설계→통합 계획(Planning)→실행(Execution)→안정화(Stabilization)' 등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통합 후 인수 대상 기업의 운영 전략을 정의하고, 해당 전략에 맞춰 조직·프로세스·시스템 등을 포함한 운영모델을 설계한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PMI 플래닝 단계에서 전체 통합 로드맵과 세부 워크플랜을 수립한 뒤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김 파트너는 "실행 단계에서는 IT, 인적자원(HR), 재무(Finance), 공급망 관리(SCM) 등 각 기능 영역이 동시에 움직이게 된다"며 "기업의 운영은 개별 기능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기능(Cross-functional)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계획 단계에서 상호 의존 관계를 정확히 정의하고 시간 순서에 맞게 워크플랜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모듈 간의 연계 과제를 식별하고 정리하며, 전체 통합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IMO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며 "결국 성공적인 PMI는 기능별 전문성뿐 아니라, 기능 간 연계성과 실행 타이밍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인수 대상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CDD, 재무실사(FDD)를 중심으로 실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김 파트너는 실제 통합 관점에서 보면 운영실사(ODD)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기업의 경우 여러 사업부가 쉐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PMI를 계획하려면 운영 구조, 시스템 구조, 재무 관리 체계 등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정보는 인수자가 통합 범위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시너지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직접적인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PMI 조직을 따로 만들기보다, M&A의 사전, 진행, 사후 등 전 단계에 걸쳐 일관성 있게 한팀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 가정을 세우고, 실사 단계에서 이를 검증하며, 인수 이후에는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관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PMI, M&A 협상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M&A에서 PM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관심을 두지 않는 이해관계자가 많다. 김 파트너는 "실제 현장에서 보면 매도자는 딜의 본질적인 목적이 '자산 매각 및 거래 종결'이기 때문에 PMI에 큰 관심을 두지 않거나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는 PMI의 중요성을 몰라서라기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매도자를 협조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계약 단계에서 명시적 협조 조항을 포함시킨다. 김 파트너는 "M&A는 계약이 가장 중요하고 이에 따라 움직힌다"며 "따라서 계약서에 PMI 관련 정보 제공 및 협조 의무를 계약상 조건으로 명시해 협조의 근거를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요청사항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한다. 예를 들어, '3월 재무데이터 전체'처럼 포괄적으로 요구하기보다 '3월 A공장의 원가 세부 데이터'처럼 요청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면 매도자의 부담이 줄고 협조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협상 레버리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김 파트너는 "매도자의 목적은 거래 대금 극대화이므로, 전환 서비스 계약(TSA) 비용 조정 등 금전적 혹은 운영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협조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PMI는 단순한 사후 통합이 아니라 M&A 협상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설계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매도자와의 관계 관리 역시 통합 성공의 중요한 변수"라고 전했다.

▲김태호 딜로이트안진 파트너가 20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One IFC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태호 딜로이트안진 파트너가 20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One IFC 빌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대기업 크로스보더 PMI 수요 증가 전망…PE, 볼트온 PMI도 확대될 것

김 파트너는 "최근 국내 M&A 시장의 흐름을 보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 타깃을 인수하거나, 역으로 사업부를 매각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또한 이러한 거래에 PE나 중대형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향후 PMI 시장에서는 두 가지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먼저, 대기업 중심의 크로스보더 PMI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는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이 생산기지와 시장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다국가 통합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며 "이에 따라 IMO의 역할도 단순 PMO를 넘어, 글로벌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중심의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또한, PE 및 중견기업 중심의 볼트온 PMI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파트너는 "국내외 포트폴리오 기업 간의 시너지를 빠르게 창출하기 위해 경량화된 PMI 모델과 단기 가치 실현 중심의 통합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별로 보면 금융업은 기존처럼 선진국 진출보다는 동남아 시장 진입 및 국내 핀테크·스타트업 인수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고, 제조업과 F&B 산업은 공급망 안정화와 현지화 전략에 따라 크로스보더 PMI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파트너는 "앞으로의 국내 PMI·IMO 시장은 복잡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IMO 또한 단순 관리조직이 아닌 전략적 가치 실현 조직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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