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S 이종원 부장·조승식 차장 인터뷰
하방 확보 계약·구조로 시장 랠리 흡수
HD현대중공업·SNT 탑다운 소싱 발굴

국내 사모크레딧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출자자(LP)들의 관심은 단기 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운용사(GP)가 내부적으로 세대교체가 가능한 구조인지, 젊은 운용역이 실제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지가 신규 펀딩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 역시 GP 평가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으로 내부 승계 구조를 꼽는다. 특정 시니어 인력에 의존하는 조직보다는, 젊은 운용역이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의사결정을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운용사가 장기적으로 신뢰를 얻는다는 판단이다.
IMM홀딩스 산하 크레딧 전문 운용사인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곳이다. 설립 5년 만에 운용자산 3조 원을 넘겼고, 투자팀 내 1990년대생 부장급 운용역들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ICS는 프로젝트 펀드로 트랙레코드를 쌓고, 최근에는 1조 원에 육박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며 LP들의 신뢰를 단단히 확보했다. 내부에서 성장한 젊은 인력을 전면에 배치하는 구조적 설계가 하우스의 성장 방식 그 자체가 된 셈이다.
그 중심에는 뉴욕 헤지펀드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커리어를 쌓은 뒤 크레딧 개척 조직의 초기 멤버가 된 이종원 부장, 회계법인 출신으로 구조화·리스크 분석을 기반으로 정교한 판단력을 갖춘 조승식 차장이 있다.

ICS는 2019년 IMM PE 내부의 작은 태스크포스(TF)에서 출발했다. IMM PE에서 구조화·크레딧 솔루션이 필요한 기업이 늘어난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새로운 자본 솔루션을 구축할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당시 TF는 박찬우 ICS 대표와 김광우 전무 등이 직접 참여해 글로벌 사례를 검토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중단됐던 칼라일과의 협업 논의 역시 외부 협업을 기다리는 것보다 ‘IMM이 직접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종원 부장은 이때 사모 크레딧 시장을 검토하는 TF에 참여한 인연으로 ICS 설립 멤버가 됐다. 이 부장은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헤지펀드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해 공군 통역장교 복무를 마친 뒤 한국에 정착했다. 공모시장 대신 비상장 기업을 상대로 투자하고 싶어 IMM PE에 합류했다. 이종원 부장은 “초기 크레딧 인력은 다섯명도 채 되지 않았다”며 “2020년 9월 법인을 설립하고 2021년부터 독립 운영을 시작하면서 조직이 본격적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 출신인 조승식 차장은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며 기업가치 예측의 한계를 체감했다고 한다. 그는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Net Debt/EBITDA)과 같은 표면적 재무지표만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자본적 지출(CAPEX), 대수선, 운전자본 부담 등 실제 현금흐름을 소모하는 요인을 반영해 상환 가능성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크레딧이야말로 불확실성 속에서도 손실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면서, 동시에 합리적인 상방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방식이라고 선택했다. 그는 "ICS는 이러한 고민에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곳"이라며 ICS행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ICS는 투자 인력 9명, 리스크·관리 조직 4명 등 총 13명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ICS가 투자 철학으로 내세우는 핵심은 단순명료하다. ‘자본 보전(Capital Preservation)’, 그리고 ‘하방 통제(Downside Protection)’다. 이 부장은 “지루하게 들릴 수 있지만 크레딧 투자는 결국 구조와 리스크가 전부”라고 말한다. 상환 우선순위, 계약 조건, 계약상 보호조항, 콜·풋옵션 설계 등 구조적 장치가 손실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취할 수 있는 위험 대비 수익을 고려할 때 위험을 최소화하고 적정한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ICS의 올해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HD현대중공업, SNT다이내믹스·아워홈 등이다. 공통적으로 업황 저점에서 구조적 수요 회복이 명확하거나,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제조·방산·에너지 섹터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크레딧으로 접근하면 하방을 방어하면서 업사이드가 열리는 구조였다. 조선 3차 슈퍼사이클 진입과 글로벌 1위 조선사의 프리미엄, 구조적 가격 상승이 맞물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SNT다이내믹스는 전차용 변속기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방산 기업으로, 글로벌 국방비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었다.
특히 교환사채(EB) 구조가 수익률을 크게 끌어 올렸다. ICS는 EB를 단순한 주가 베팅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해석한다. 스톡옵션 형태의 업사이드를 확보하면서도 기본적으로 하방을 막아둔 크레딧 구조를 통해 손실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차장은 “HD현대중공업과 SNT 투자에서 EB 구조를 적용해 주가 랠리의 수혜를 거두면서도 하방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수익률을 무리하게 끌어올리지 않는다. 이 부장은 "크레딧은 보통 10% 초반~중반, 바이아웃은 10% 후반~20% 중반으로 본다"며 "최종 목표수익률(IRR)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의 안정성에 더욱 많은 관심을 두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ICS의 소싱 체계는 '탑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 방식이 결합된 구조다. 탑다운 방식으로는 IMM PE·IMM홀딩스가 오랜 기간 쌓아온 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장의 자금 수요를 빠르게 포착한다. 대기업 임원단과의 접점, 기존 포트폴리오 모니터링 과정에서 포착되는 사업 구조 변화 등이 주요 단서다.
바텀업 방식은 데이터 스크리닝 기반이다. ICS는 오픈API로 국내 기업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내려받아 정량 스크리닝을 실시한다. 레버리지, CAPEX, 운전자본 민감도, 산업 사이클 등 주요 지표를 기준으로 필터링한 뒤, 통과한 기업에 대해서는 현금흐름 안정성·지배구조·규제 환경 등 정성 평가를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과 SNT 계열 딜 또한 탑다운 방식으로 내려온 딜이었지만, ICS 내부 스크리닝에서도 관심을 두고있던 기업이었다고 한다. 조승식 차장은 “정확한 업사이드보다 하방 변수가 얼마나 통제 가능한지가 첫 번째 기준”이라며 “리스크가 높은 기업은 초기 단계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사후관리(Post-Management) 단계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과 차별화된다. 사모 크레딧 투자는 지분율이 제한돼 사모펀드(PE)와 같은 경영 참여는 어렵기 때문에, 사후관리 관련 조건을 협상하는 편이다. 정보의 질·속도·범위를 계약 단계에서 확보하는 방식이다.
조 차장은 “월·분기 단위 실무진 미팅과 주주 간담회를 통해 핵심 지표를 상시 점검한다”며 “PE처럼 경영에 깊숙이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에 정보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KT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된 KT클라우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분할 직후 KT클라우드에 데이터센터별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이에 ICS는 필요성을 제기해 데이터센터 단위로 재무·운영정보를 새로 구축하도록 했고, 6개월 만에 전사 보고체계가 만들어졌다.
ICS는 이처럼 정보 접근성·속도를 높이는 작업 자체가 크레딧 투자자의 핵심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 부장은 “밸류업이라고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기업의 정보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이 곧 리스크 관리”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프로젝트 펀드 성과였다. ICS는 블라인드 결성 과정에서 목표 규모를 6000억 원으로 출발해 최종 9500억 원으로 성공적으로 모집을 마쳤다. 블라인드는 GP의 실력을 보고 맡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트랙레코드가 없으면 어렵다. 조 차장은 "프로젝트 펀드 성과를 먼저 보여준 뒤 LP들이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증권사 딜과의 차이에 대해서도 ICS는 명확하다. 조 차장은 “증권사는 구조적으로 브로커리지 모델이라 딜을 받아오면 시장에 셀다운해야 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 변동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ICS는 단일 판단 구조로 운용되기 때문에 이해상충이 적고,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CS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도 단순한 화두가 아닌 리스크 관리 도구로 활용한다. 매년 자체 ESG 리포트를 발간하며, 주주간계약(SHA)에 ESG 리스크 발생 시 처리 방식까지 넣는 등 정교한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부장은 “ESG는 위험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장치”라며 “ESG가 단기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지만, ESG를 소홀히 하는 기업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IMM홀딩스가 지급하는 출산지원금, 기부 문화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ICS 투자팀 역시 이러한 제도의 수혜를 체감한 세대다. 두 사람 모두 IMM홀딩스 출산지원금의 초기 수혜자로, 비슷한 시기에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또래 운용역들과 함께 육아와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이 부장은 출산지원금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단순한 복리후생 차원이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서 인구 감소 문제를 구조적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저출산이 장기적으로 소비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PE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좋은 운용역’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서 두 사람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이 부장은 “고객의 자금을 잃지 않는 사람”, 조승식 차장은 “숫자 너머의 현실을 읽고 판단에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두 기준은 결국 크레딧 투자자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하방 통제, 그리고 지속 가능한 구조 설계다.
크레딧이라는 보수적 영역에서 ICS가 단기간에 강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운용역이 전면에 서서 구조를 만들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그 과정에서 운용사의 세대와 철학을 동시에 이어가는 구조적 기반을 이미 갖춰놓았기 때문이다. ICS는 국내 사모크레딧 시장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