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저점 통과 기대감 확산
반도체·증권 제치고 상승률 선두

국내 증시에서 정유·화학 업종이 한 달 새 20% 넘게 오르며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정제마진이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회복된 가운데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업황 저점 통과 기대가 커졌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유·화학 대표 지수인 KRX에너지화학지수는 지난달 14일 2356.70에서 이달 14일 2832.56으로 20.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2.6%, KRX 증권은 14.4%, KRX 반도체는 10.1% 오르며 정유·화학 업종이 주요 산업지수 중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정제마진 반등을 업종 강세의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정제마진이 2년 내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을 고려하면 지금은 2030년까지 이어질 정제마진 강세 사이클의 초입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정제설비 증설 속도가 더딘 반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 외에도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구조조정 모멘텀이 부각하고 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8월부터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방향과 지원 원칙을 제시했다”면서 “업계는 연말까지 자율적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천NCC 3공장 가동 중단,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통합,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설비 협상 등 다양한 재편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실적 회복도 동반되고 있다. LG화학은 3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2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에스오일은 영업이익 2292억 원으로 전 분기(-3440억 원) 대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고,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1326억 원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안정과 원가 절감이 이어지면서 나프타분해설비(NCC) 기업들의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며 “정부의 구조조정 기조에 맞춰 비효율 자산 매각과 설비 효율화가 진행되면 국내 석유화학 업종 전반의 가치 재평가(리레이팅)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한 달 사이 정유·화학 업종이 반도체와 증권을 제치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것은 업황 바닥 통과와 체질 개선 기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정제마진 강세와 구조조정 현실화, 실적 개선이 맞물리며 정유·화학이 단기 반등이 아닌 구조적 회복 구간에 진입했다”며 “연말 코스피 시장의 중심 업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