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현지 조선소 인수보다는 해군력·조선소 업그레이드”
한화오션 “장기계약 통한 물량 안정화 필요”
“마스가 지속가능해야 기업 투자 가능”

한국 조선·방산 기업이 내년 미국 내 최대 해양·항공·우주 전시회 ‘SAS(Sea Air Space)’에 최초로 공식 참가한다. SAS는 미국 해군협회 주관 행사로, ‘AUSA’와 함께 미국 양대 방산전시로 꼽힌다.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 가동과 더불어 양국간 협력이 더 공고해지고 있다.
13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미 조선·해양협력 토론회’에서 최윤희 한국해양연맹 총재(전 합동참모의장)는 "미국 해군협회와의 업무협약(MOU) 체결로 내년부터 한국 해양방산 기업들이 2026년 SAS에 처음으로 참가한다"고 말했다.
SAS는 미국 해군협회가 주관해 매년 4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규모 해양, 항공, 우주 분야 전문 전시회다. 올해는 ‘미국조선·해운산업의 진단과 부활 대책’을 주제로 4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에 걸쳐 열렸다. 참가국만 57개국에 달하고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롭그루먼, BAE시스템즈 등 약 430개 기업이 부스를 운영했다. 1965년부터 개최돼 올해 60회를 맞았지만 지금껏 한국 해양방산기업은 한 번도 부스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마스가 주축 기업이 부스를 차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회·방산업계가 SAS에 총집결하는 만큼 협력 성과가 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조선·정비 역량이 구조적으로 축소된 상황을 짚으며 “동맹국 중에서 한국이 가장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장기적 협력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제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제언도 이어졌다.
천정수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전무는 “미국의 조선 생산능력과 인력 기반 약화는 단기간 해결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속도를 활용하는 협력 모델이 점점 더 필연성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해군력 재건, 동맹국 조선 역량 활용 정책, 행정명령·의회 법안 등을 언급하며 “조선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 공간은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전무는 “이제 한 척 한 척 계약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보다는 해군력, 조선소, 기술력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협력 분야로는 함정 MRO(정비·유지보수) 가 첫 단계로 주목된다.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MRO 사업담당 상무는 국내 도크·안벽 등 MRO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만큼 “중소 조선사와의 클러스터 협력으로 설비를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중소 조선소가 설비 투자를 단행하려면 일정한 물량과 장기적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업계는 다만 장기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제도적 안정성을 강조했다. 신영균 JK중공업 신조사업본부 전무는 “한미 조선협력은 10~2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이라며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이 마련돼야 기업도 선제적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한미 조선협의체(SCG)와 같은 플랫폼의 제도적 안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양국 정부·의회 차원의 논의가 병행돼야 산업 생태계가 실제로 구축된다”고 조언했다.
SAS 참가뿐만 아니다. 방산 기업들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가입을 검토하는 등 한미 조선·해양 협력이 공고해지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내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산업통상부는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한-미조선해양산업기술협력센터(66억 원) △중소조선 함정 MRO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49억 원) △중소조선 및 기자재 미국 진출 지원(76억 원) 등 총 192억 원을 편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