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시장이 3년만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위기 탈출 후 체질 재정비’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자금 경색과 신용 리스크 확산으로 위축됐던 시장은 금리안정과 차환여건 개선에 힘입어 유동성 위험이 크게 완화됐다는 것이다. 다만 발행 증가가 신규 사업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유지형 회복’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PF 유동화증권 잔액은 4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14.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상 사업 건수는 612건에 그쳐 2022년 6월 말 1304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는 시장 회복이 ‘구조적 확대’가 아니라 기존 사업 차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동화 구조도 단기 중심에서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2022년말 평균 잔존만기(WARM)는 17개월 수준이었으나, 올 6월말 기준 22.4개월로 늘면서 만기 분산이 확대됐다. 단기 차환에 의존하던 시기를 지나 자금 순환 체계가 정상화된 모습이다.
사업유형별로는 주거시설 중심의 회복이 뚜렷하다. 주거시설 PF 유동화증권 잔액은 작년 6월말 22조6000억원에서 올해 9월말 29조8000억원을 기록,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잔액이 29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반면 지방 PF 시장은 인구 감소와 미분양 적체로 회복세가 더뎠다.

나이스신평은 “현재 PF 유동화시장은 ‘규모의 회복’을 넘어 ‘구조 복원의 단계’에 진입했다”며 “확장보다 체질 개선과 위험 선별이 두드러지는 변화로, 중장기적으로 시장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규 사업 유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유지형 회복’이 장기화될 경우, 기존 물량의 부실화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