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13년간 정체된 ‘안전상비약’ 제도

입력 2025-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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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싸이의 말춤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점령했다. 또 그 해 출시한 ‘불닭볶음면’은 한국 라면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음악과 음식이 K컬처의 아이콘으로 진화했다.

반면 같은 해 문을 연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는 아직도 제자리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은 해열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 4개 효능군 13종이지만 생산이 중단된 제품을 제외하면 11종뿐이다. 제도 도입 13년이 지났으나 단 한 번의 업데이트도 없었다.

그간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인공지능(AI)과 대화하는 시대다. 하지만 두통약 하나 사려면 여전히 약국 문 열기를 기다려야 한다. 현행 안전상비약 제도가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의 규제 보수성은 더 또렷하다. 미국 30만 종 이상, 영국 1500종, 일본은 1000여 종의 일반의약품을 약국 밖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은 고작 11종이다. 격차는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다. 국민 편의와 접근성, 제도의 유연성이 다르단 뜻이다.

규제 완화 반대 이유는 안전성이다. 그러나 13년간 안전상비약으로 인한 사고는 보고되지 않았다. 반대로 ‘무약촌’은 늘고 있다. 인구가 줄고 약국이 사라진 지방 중소도시에선 감기약 하나 구하기 쉽지 않다. ‘안전’을 볼모로 한 규제가 오히려 불편과 위험을 키우고 있다.

법적 근거도 이미 마련됐다.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은 최대 20개 품목까지 허용한다. 그런데 단 한 번의 품목 조정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생산 중단 품목을 대체 약으로 바꾸고, 20종으로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완벽한 제도를 기다리다 아무 변화도 없는 것보다, 작은 개선이라도 시작하는 편이 낫다.

싸이 이후 많은 아티스트의 노력에 K팝은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불닭볶음면도 각국의 문화와 취향을 반영한 제품으로 진화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13년간 변하지 않은 건 ‘편의점 안전상비약’뿐이다. 국민의 일상과 보건환경은 이미 달라졌다. 이제는 제도가 그 변화를 따라잡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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