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시대엔 비즈니스 코어부터 바꿔야”… SK, 구조 재편으로 새 성장축 정비

각 사, 운영개선(O/I) 넘어 ‘사업 본질’ 재정의 착수
AI 전환 위한 구조개혁·도메인 지식 강화 병행
“메모리→AI 데이터센터로 진화…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5 SK그룹 CEO세미나'에서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SK그룹이 인공지능(AI) 전환 시대를 맞아 각 사의 ‘비즈니스 코어(Core·본질)’를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단순한 비용절감이나 프로세스 개선이 아니라, AI 중심의 새로운 사업 구조로 탈바꿈해 미래 성장축을 다시 짜겠다는 의지다.

SK그룹은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5 CEO세미나’를 열고,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차원의 구조개편 방향과 AI 전환 전략을 논의했다고 9일 밝혔다.

세미나의 핵심 화두는 ‘AI 시대에 맞는 구조 재편’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폐회사에서 “O/I(운영개선)가 어려운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라며 “O/I를 하려면 회사와 사업에 갖춰진 프로세스(절차)를 ‘잘 만들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AI 전환을 시도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5~10년간의 운영 과정을 재점검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O/I를 잘 해야만 그 위에 AI를 쌓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들도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AI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을 꼽았다. 그는 “본업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없으면 AI는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며 “각 사가 자신의 산업에서 쌓은 전문성을 AI와 접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SK는 그룹 차원에서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되, 각 계열사가 속한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모델을 설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에너지·통신·소재 등 각 분야에서 ‘AI 기반 비즈니스 코어’로 재편하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넘어 AI 인프라로의 확장을 주문했다. 그는 “SK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말고,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종합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며 “멤버사 역량을 결집하고 파트너들과의 개방적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다.

세미나에서는 AI 시대의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기업의 기본기를 다지는 과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경영진은 안전·보건·환경(SHE), 정보보안, 준법경영(Compliance) 등 각 영역의 핵심 과제를 점검하고 실행력 강화를 논의했다.

특히 정보보안을 전략경영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각 사의 보안 수준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과 우수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이사회 중심의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준법경영 강화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O/I를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는 물론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끌어올릴 것”이라며 “AI 대전환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국가경제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