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팬들이 하나 될 시간…WBC 전야제, K-베이스볼 시리즈 [요즘, 이거]

입력 2025-11-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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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일 고척돔 체코전·15~16일 도쿄돔 일본전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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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칭찬이 욕이 되는 곳. 격하고 진득한 욕을 들을수록 눈부신 활약 중임을 증명하는 곳. 네, 야구판입니다. 물론 그 욕의 발신자는 소속 구단이 아닌 타 구단 팬이어야 하죠.

뜨겁고도 뜨거웠던 2025 한국프로야구 KBO 시즌이 지난달 끝이 났는데요. 매진, 흥행, 시청률 기록 모두를 갈아치웠던 최고의 시즌이었죠. 기나긴 시즌의 승자도 정해졌는데요. 한국시리즈 5차전으로 LG 트윈스가 정규 시즌 1위에 이어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2년 만에 왕좌를 되찾았습니다. 가을야구에 승선했던 한화 이글스, SSG 랜더스,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도 아쉽게 기회를 놓친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팬들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포스트시즌까지 즐겼습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시간을 책임졌던 야구가 끝이 난 뒤 헛헛한 마음을 달랠 길 없는 야구팬들. 하릴없는 일상을 보내던 그들에게 ‘깜짝 이벤트’가 도착했는데요. 바로 ‘2025 K-베이스볼 시리즈(2025 K-BASEBALL SERIES)’입니다.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를 앞두고 진행되는 일종의 ‘예고편’이죠. 같은 C조에 편성된 체코(8~9일·고척돔), 일본(15~16일·도쿄돔)과 평가전을 진행하는데요.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회는 포스트시즌 도중 해당 대회에 참가할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표팀에 승선할 선수 옥석을 가릴 중요한 무대”라고 밝혔는데요. 이들 중 WBC에 참가할 정식 멤버를 뽑겠다는 의지죠.

차세대 거포로 자리매김한 안현민(kt)과 김영우(LG), 정우주(한화), 배찬승(삼성) 등 신인들이 이름을 올렸는데요. 구단별 인원은 LG가 7명으로 가장 많고, 한화가 6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각 구단 팬들에게 ‘공포’였던 이름들이 즐비한데요.

정말 얄미웠던 그들을 ‘합법적으로’ 응원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죠. 볼 때마다 화를 돋우었던 그 투구와 타격, 뒷목을 잡게 한 호수비에도 폭언이 아닌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됐는데요. 나도 모르게 내 어깨를 들썩이게 하며 죄책감을 안겼던 응원곡도 이번만큼은 목청껏 부를 수 있습니다.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사실 이 기대감에는 ‘부끄러운 시간’이 깔려있는데요. 2009 WBC 준우승 이후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뼈아픈 부진의 연속이었습니다. 2013년과 2017년, 그리고 2023년 WBC에서 잇따라 1라운드 탈락,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충격적인 노메달의 수모까지 겪었죠.

이 시기 대표팀의 문제는 단순한 성적 부진이 아니었습니다. 대표팀은 ‘리그 최고의 선수들의 집합체’라는 자부심을 잃었죠. 2010년대 중반부터 터진 음주운전, 원정도박, 학폭 논란은 팬들의 외면을 받았는데요. 투수 육성 시스템의 약화, 세대교체 지연, 인맥 위주의 선발 관행 등 오래된 고질병도 언급되며 의문이 끊이지 않았죠. 팬들의 신뢰가 빠져나가자 ‘대표팀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렸습니다.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출범했던 2020 도쿄올림픽 김경문호는 결과가 더 참혹했는데요. ‘약속의 8회’라 불리던 이닝이 악몽으로 변했죠. 주요 경기마다 8회 실점으로 리드를 놓쳤고 투수 교체와 작전 실패가 반복됐습니다. 심리적으로 쫓기며 도쿄의 한여름에 녹아내린 대표팀은 ‘요코하마 참사’라는 오명만 남기고 노메달로 돌아왔는데요.

2023 WBC는 그 참혹함의 절정이었죠. 한국은 조별리그 2승 2패로 또 다시 토너먼트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호주에 7-8로 패하며 시작부터 무너졌고 일본과의 맞대결에서는 4-13 참패. 투수진은 장타 한 방에 흔들렸고 공격력은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는데요. 체코전 승리로 체면을 세웠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3연속 조별리그 탈락’, 그것이 세계가 본 한국 야구의 현주소였죠.

귀국길은 침묵이었습니다. 응원을 바라진 않았지만, 야유조차 없었죠. 모두의 무관심 속 선수들은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도망치듯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강철 감독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죠. 이후 KBO 리그와 10개 구단이 공동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다행히 5개월 뒤 진행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코로나19 사태로 1년 뒤에 진행)에서 젊은 선수 위주로 꾸려진 류중일호는 결승에서 대만을 2대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내며 반전을 꾀했는데요. 문동주의 6이닝 무실점 호투, 최지민·박영현의 완벽한 필승조 릴레이로 2-0 승리를 거뒀죠.

대표팀이 주춤했던 사이, 리그는 너무나 따뜻한 시즌을 맞았는데요. 2024년 KBO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2025년엔 이를 훌쩍 넘어선 1200만 명 관중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죠. 한때 “야구는 끝났다”던 말이 무색한 인기였습니다.

한화·삼성·롯데 등 전통 인기팀의 선전, 치열한 순위 싸움, 신구 스타의 공존이 팬심을 자극했는데요. 2025시즌엔 경기당 평균 관중 1만7101명, 매진 경기 221회. 9~10월 클라이맥스 시리즈 기간에는 평균 1만7300명 이상이 입장하며 시즌 내내 흥행 열기를 이어갔죠.

경제적 파급효과도 압도적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프로야구의 연간 생산유발액은 1조1121억 원, 부가가치유발액은 4653억 원, 이로 인한 9569개의 일자리 창출까지…그야말로 숫자로 증명했죠. 유니폼·응원봉·포토카드·협업 굿즈를 모으는 MZ 세대의 직관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은 프로야구, 이제는 이 인기가 국대로까지 이어질까요?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한국 야구가 마지막으로 국민적 열광을 불러일으킨 건 2008 베이징올림픽이었습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쿠바를 꺾고 9전 전승 금메달을 차지했는데요. 이대호, 오승환, 정근우로 대표되는 82라인과 김현수, 류현진, 김광현, 이종욱, 윤석민, 강민호 등 리그를 대표하는 신인급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남자 구기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따냈죠. KBO는 올림픽 우승일인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하기까지 했는데요. 다음 해 열린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며 ‘야구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이제는 이 올림픽에 가슴이 뛰었던 ‘2008 올림픽 키즈’들이 선배들의 뒤를 잇는데요.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넘치는 야구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태극마크를 달았죠. CGV의 전 경기 극장 생중계,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제작된 공식 콜라보 제품 등은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데요.

팬이 만든 흥행의 불씨를 국제무대의 불꽃으로 옮길 순간. ‘어게인 2008년’을 넘어 ‘업그레이드 2025년’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주말, 한국 야구는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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