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납품이 신호탄”…삼성 장비 사이클 재가동
AI 확산·HBM 수요 급증에 장비업계 ‘들썩’

반도체 장비 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선단공정 중심의 투자 확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을 앞두면서 그간 잠잠했던 장비 발주 사이클이 재가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움직임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전공정 투자 부활’을 이끌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장비 시장은 선단공정 중심으로 성장세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반도체 장비시장(후공정 포함)은 성숙공정이 부진한 가운데 선단 공정이 성장을 주도하며 1150억 달러가 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선단공정과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며 강력한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AI 서버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정점을 찍는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장비 투자가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를 비롯해 HBM4(HBM 6세대),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7(GDDR7), 차세대저전력메모리모듈(SOCAMM2, 소캠2) 등 차세대 메모리 라인업과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간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로부터 HBM3E의 대부분을 조달해 왔으나, 삼성전자가 납품을 시작하면 양대 메모리 업체가 모두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게 된다. 단순한 거래 확대를 넘어 국내 장비 생태계 전반의 발주 확대와 투자 활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4 라인을 중심으로 설비 확대가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HBM3E 양산을 위한 전공정 투자 확대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공정은 웨이퍼 가공, 식각, 증착 등 반도체 생산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공정으로, 실제 발주가 이뤄질 경우 장비업계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이미 HBM3E 양산에 들어가 후공정 안정화에 집중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전공정 기반을 빠르게 확충하며 초기 확장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후공정은 실리콘 관통 전극(TSV) 본딩, 패키징 등 고난도 공정이 포함된 ‘고부가 단계’로,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에 적용된다.
통상 장비 주문부터 설치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실제 장비 발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장비 업계는 이미 투자 기대감 단계에 들어섰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발주에 나설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전공정 중심의 매출 확대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내년도 반도체 설비투자비용(CAPEX)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삼성전자의 HBM 관련 라인 확충이 시장 회복의 기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후공정 장비 부문의 본격적인 수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HBM 품질 경쟁력은 결국 후공정 장비 기술력과 직결되지만, 현재 국산 장비 비중이 낮고 대부분 해외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며 “시장 성숙 단계에 진입해야 후공정 장비의 국산화와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