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리액션(Reaction)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영상을 보고 반응을 남기던 시절을 지나, 이제 리액션은 ‘감정을 함께 체험하는’ 독립된 본편으로 진화했다. 연애 예능에서 출발한 이 장르는 드라마, 영화, 시사 이슈까지 영역을 넓히며 시청자와의 새로운 관계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리액션 콘텐츠의 인기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비대면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같이 본다’는 감각을 갈망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문다정 연구원은 “젊은 세대는 시청 후 실시간 채팅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감상을 나누는 데 익숙하다”며 “리액션 영상은 일종의 뒤풀이 공간처럼 작동해 시청자 간 감정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시청자는 크리에이터의 웃음이나 분노, 몰입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고, 타인의 반응을 통해 정서적 위로를 받는다. 콘텐츠 소비는 이제 ‘시청’에서 ‘공감’으로, 감정 교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리액션 콘텐츠는 원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낯선 작품이라도 누군가의 반응을 거치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이다. 해당 채널은 티빙의 지원을 받아 ‘여고추리반3’ 리뷰를 제작했다. 이는 리액션 콘텐츠가 단순한 2차 소비가 아니라 원작의 홍보와 흥행을 이끄는 ‘언드 미디어(Earned Media)’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리액션은 이제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크리에이터의 개성과 해석력이 결합된 하나의 콘텐츠 장르로 자리 잡았다.
첫째, ‘격정 공감형’은 시청자의 답답함과 분노를 대신 표현하는 유형이다. 연애 예능이나 드라마 속 인물의 행동에 과몰입하며 대리 해소를 주는 채널 ‘찰스엔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로 시청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둘째, ‘심층 분석형’은 감정에서 한 걸음 나아가 콘텐츠의 구조와 의미를 해석한다. ‘하말넘많’은 편집 의도와 캐릭터 심리를 ‘강의하듯’ 짚어내며 시청자에게 지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단순한 리액션이 아니라, 콘텐츠 해석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셋째, ‘글로벌 교류형’은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이 한국 콘텐츠를 처음 접하며 보이는 생생한 반응을 중심으로 한다. 이들의 놀람과 감탄은 문화 간 공감대를 형성하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결국 리액션 콘텐츠의 경쟁력은 감정의 즉흥성보다는 공감·분석·문화 교류의 균형에 달려 있다. 누군가의 웃음과 놀람, 분석이 또 다른 시청 경험을 낳으며, 하나의 콘텐츠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리액션은 더 이상 본편의 ‘부록’이 아니다. 감정과 해석을 공유하는 새로운 언어로 자리 잡으며, 시청자는 ‘관객’에서 ‘참여자’로 이동했다. 누군가의 반응을 함께 본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