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 중책으로 활약했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사망했다.
4일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 김영남 동지가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암으로 의한 다장기부전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영남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추모식을 진행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오랜 기간 북한 외교를 이끌어온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재직 중 러시아 모스크바로 유학하고 나서 1952년 돌아와 노동당 국제부에서 당과 외교 관료를 맡으면서 정치에 본격 입문했다. 그는 20대 때부터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 요직을 거치며 북한의 권력 체제가 변화하는 시기에도 좌천이나 숙청당하는 일 없이 외교 중책으로 활약했다.
1983년부터는 정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을 역임했고 1998년 김정일 정권 출범 이후 2019년까지 21년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유지했다. 대외활동을 꺼렸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외교에서 활약하며 국제사회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다가 2019년 91세에 공직 생활을 끝냈다. 2018년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 전 상임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했다.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그는 2018년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아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의 장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의 결정에 따라 국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