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의 격식 파괴에 이재용·정의선 회장 역시 ‘내려놓는’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은 “아이폰이 많이 보인다”고 했고, 정 회장은 “생긴 건 나이가 들어 보여도 두 분 다 형님”이라며 모두 너스레를 떨었다. 격을 한껏 차릴 것으로 생각했던 이들이 파격을 이어가자 여론은 우호를 넘어 열광으로 변했다.
이 현상은 2025년 한국이 원하는 리더십의 본질이다. 권위를 내려놓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모습,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핵심을 찌르는 화법, 그리고 격을 내려놓은 이들이 보여준 의외성에 대중은 열광한다.
이런 재계의 리더십과 달리 정계의 리더십은 대중과 갈수록 멀어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이미 거친 선거 전초전에 돌입했다. 특히 지지층 결집을 위한 네거티브 공방은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 공세에 일일이 네거티브로 맞받지 않고 정책과 비전으로 대응하는 기조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진흙탕 싸움은 시민 피로감만 높일 뿐 외연 확장은커녕 자충수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주말 강남 한복판에서 젠슨 황과 재계 총수가 선보인 리더십에 대입해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민생 현장을 찾는 일정은 많지만, 민생 속에 뛰어들었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한 젊은 층과 노동자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파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젠슨 황의 리더십은 모든 정치인들이 한 번 들여다볼 만하다. 근엄함이 리더십의 전부이던 시대는 저물었다. 정치 공방과 흠집 내기에 주력하는 정치권의 습관은 이제 대중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을 것이다.
현장에 흠뻑 파묻혀 말하는 사람, 나와 다르지 않다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를 듣는 진정성을 보인 사람이 리더다.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주자들에게 젠슨 황과 재계 총수의 ‘깐부 회동’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