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관세협상 타결로 대미 투자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 일차적 안도감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합의로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은 첨단산업 육성 및 생산적 금융 관련 기금 조성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다.
4일 iM증권은 "내년부터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발행 등으로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합의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산업은행 중심의 생산적 금융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며 "특히 연말 출범 예정인 국민성장펀드의 기금 운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9일 APEC 회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2000억 달러는 현금성 투자, 1500억 달러는 보증 등으로 구성된 ‘조선업 협력 패키지’ 형태로 합의했다. 특히 2000억 달러는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10년에 걸쳐 자금을 분할 집행하는 구조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 중심의 단기 대규모 채권 발행 가능성은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대미 투자안이 전액 현금성으로 추진될 경우, 한국이 이를 수용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 발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시장 충격 없이 마련 가능한 연간 자금 규모는 150~200억 달러 수준'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합의 수준은 시장이 감내 가능한 범위"라고 평가했다.
연간 200억 달러의 재원은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배당금 등을 우선 활용하고, 부족분은 정부보증 기금채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필요 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해외시장에서 정부보증 형식으로 KP물(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 작년 기준 전체 은행의 달러화 KP물 발행 규모는 237억9000만 달러로, 외화 조달 규모를 모두 합해도 약 270억 달러에 그친다.
이 연구원은 "해외시장에서의 발행은 국내 채권시장 내 공급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며 "이번 합의는 기업 신용도와 크레딧 시장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