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탈달러화 움직임 우려
금융위기 아르헨티나 등 대상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대 노력과도 연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탈(脫) 달러화’ 움직임에 맞서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자국의 주요 통화로 채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재무부와 백악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통화 및 환율정책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올여름 달러화 사용 확대 정책, 즉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달러라이제이션은 한 나라가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8월 중순과 하순 두 차례 대면 회의가 열렸다. 당시 논의에는 미 백악관·재무부·경제자문위원회(CEA)·국가경제위원회(NEC)·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키 교수는 “달러라이제이션 정책은 매우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진행 중이며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달러화 채택 정책 자문을 많이 해왔으며 현재도 미국 정부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신흥국들로 하여금 교역에서 달러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움직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행키 교수는 “백악관과 연계된 정치 인사가 8월 말 회의에서 중국이 신흥국 간의 거래에서 달러를 덜 사용하도록 하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행정부 내에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가진 고위층이 있다. 또 달러라이제이션에 대한 관심은 정부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더 폭넓게 사용하려는 노력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의는 미국이 아르헨티나의 시장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개입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일부 정책 입안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잦은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에 따른 자국 통화 불신 사태를 겪어온 아르헨티나에 대해 달러라이제이션을 해결책으로 거론해왔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1995년부터 2024년까지 비공식적 자본유출 누적액이 2380억 달러(약 340조 원)에 달했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양측은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이달 초 “외환보유고가 부족해 단기적으로는 달러화를 도입할 수 없다”라고 말했지만 달러라이제이션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행키 교수는 아르헨티나 이외에도 레바논ㆍ파키스탄ㆍ가나ㆍ튀르키예ㆍ이집트ㆍ베네수엘라ㆍ짐바브웨를 달러화 도입의 잠재적 후보로 제시했다. 이미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 같은 소규모 중남미 국가들은 이미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채택하고 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부작용이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달러화를 도입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묶이게 돼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낮아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경기침체 시 통화·재정 대응력 약화 △외환 유동성 부족 위기 상시화 △미국 제재에 취약 등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