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보다 연구환경(61.1%) 불만 커…승진기회 개선 시 이직 5.4%p↓
바이오·IT 중심 해외수요 높아…고용안정·자녀교육 요인도 핵심 변수
"성과·경력 트랙 강화해 '브레인 드레인' 아닌 '브레인 서큘레이션'으로 전환"

이공계 인력의 해외 이직 의향이 크게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70%가 향후 3년 내 해외로의 근무 전환을 고려하고 있으며, 연봉 수준뿐 아니라 연구환경·경력 경로 등 비금전적 요인도 이직을 자극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3일 한국은행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국내외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 27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근무 인력의 42.9%가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특히 5.9%는 이미 구체적 계획을 세우거나 면접 등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70% 수준으로 가장 높았고, 바이오·IT·통신 등 신성장 분야에서 이직 의향이 두드러졌다.
해외 이직 사유로는 연봉 등 금전적 요인(66.7%)이 가장 높았지만, 연구생태계(61.1%), 경력기회 보장(48.8%) 등 비금전적 요인 비중도 높았다. 특히 연구환경·근무여건 만족도는 해외 인력 대비 큰 격차를 보였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시급 과제로 '연구환경 개선'을 꼽은 응답이 39.4%로 ‘과감한 금전 보상’(28.8%)을 웃돌았다.
로짓모형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득 만족도가 1단위(5점 척도 기준) 상승할 때 해외 이직 확률은 4.0%p 감소했다. 또한 고용안정성·승진기회 만족도 개선 시 각각 5.4%p, 3.6%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구환경과 자녀교육 요인은 통계적 유의성은 다소 낮았지만 젊은 층·석사급 인력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억제 효과를 보였다.
특히 석사급 인력은 승진기회와 연구환경, 박사급 인력은 고용안정성과 자녀교육 요인이 해외 이직을 억제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전공별로는 바이오·IT 등 신성장 분야 인력이 연구환경과 자녀교육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여타 전공에서는 고용 안정성이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해외 이직 억제를 위해 단순한 보상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비금전적 요인을 포함한 근무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 층일수록 이직 의향이 높게 나타나 인력유출 대응정책의 핵심 목표 집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대응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는 성과·시장가치 기반의 유연한 보상체계 구축, 인적자본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 예측 가능한 경력 트랙과 연구 인프라 강화, 기술창업 및 전략기술 개방을 통한 혁신 생태계 확장 등을 제시됐다.
특히 정부가 인적투자 세액공제 강화, 핵심 인력 소득세 감면제 확대, 실패한 창업자의 재도전 지원 등 과감한 제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준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우수 인재가 국내에서도 성장과 성취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며, "해외 인력의 역량이 국내로 환류돼 인재 이동이 단순한 '유출'이 아니라 '순환'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