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기반 신제품이 혁신의료기기로 인정받아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사의 진단과 수술을 보조하는 AI 솔루션이 조만간 의료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4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의료 AI 기술이 혁신의료기기 및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국내외 시장 공략에 추진력을 더했다. 혁신의료기기 지위는 첨단기술을 적용해 기존 의료기기보다 안전성, 유효성이 뛰어난 제품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여한다. 추후 인허가 과정에서 유리한 혜택이 주어진다. 혁신의료기술은 안전성 및 잠재성이 인정된 의료기술을 건강보험에 임시등재해 임상 근거 창출과 의료기술 접근성을 향상하는 제도다.
로엔서지컬은 AI 기반 신장결석 수술로봇 ‘자메닉스’의 혁신의료기술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자메닉스는 2.8mm의 작은 내시경을 활용해 직접 절개 없이 요관을 통해 신장 내부에 접근, 결석을 제거할 수 있다. 임상은 총 232명의 전체 대상자 중 현재까지 126명이 임상을 마쳐 50%의 진행률을 달성했으며, 중대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자메닉스는 2021년 식약처로부터 제17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돼 신속심사 끝에 2022년 허가됐다. 이후 2023년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3년 동안 건강보험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혁신의료기술 임상연구가 완료되면 연구 데이터에 근거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의료등재 평가를 거쳐 보험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제이엘케이는 AI 기반 뇌졸중 분석 솔루션 ‘JLK-CTL’에 대해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최근 통과했다. JLK-CTL은 조영제 없이 촬영한 비조영 컴퓨터단층촬영(NCCT) 영상으로 대혈관 폐색(LVO) 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AI 솔루션이다. 혈전에 막힌 동맥이 하얗게 보이는 ‘고음영 동맥 징후(HAS)’를 딥러닝 기술로 포착하고, 혈전의 위치, 길이, 부피를 3차원으로 분석한다.
제이엘케이는 앞서 뇌졸중 유형을 판별하는 JBS-01K, 대혈관폐색검출 솔루션 JLK-LVO에 대해서도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향후 병원 현장에 혁신의료기기 솔루션을 통합 패키지 형태로 제공해 매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최근 제이엘케이는 일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 국립순환기병센터(NCVC)와 AI 의료 솔루션의 임상적 성능을 평가하는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 JLK-CTP와 JLK-PWI(뇌 MR 관류 솔루션)의 임상적 성능 평가 연구를 추진한다. 회사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향후 일본 건강보험 C2 신기술 수가에도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뷰노는 유럽 내 의료기관에 자사의 AI 심정지 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를 공급하기 위해 최근 오스트리아, 독일 현지 기업들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뷰노메드 딥카스(VUNO Med-DeepCARS)는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혈압·맥박·호흡·체온 등 활력 징후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의 24시간 내 심정지 발생 위험을 감시한다. 앞서 2020년 국내 식약처,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바 있다.
딥카스는 조만간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뷰노는 딥카스에 대해 미국 상표권(USPTO)을 획득했으며, 현재 FDA의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4월에는 유럽 의료기기 인증(MDR)과 영국 의료기기 인증(UKCA)을 각각 획득했다.
의료서비스 이용이 증가하고, 의료비 절감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병원 내 AI 솔루션 수요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전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158억300만 달러(22조6140억 원)에서 2030년 약 1817억9000만 달러(260조1778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