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감사 기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결혼식은 시작부터 오판이었다. 국감 기간 국회는 감시의 공간이다. 그 한가운데서 사적 행사를 치른 것은 공적 감수성을 놓친 선택이었다. 위법은 아니지만,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시기에 국회 경내에서 가족 행사를 연 것은 공적 책무보다 '사적 편의'를 앞세운 행동으로 비쳤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해명은 언제나 신뢰를 잃은 정치가 내놓는 상투적 언어다.
논란은 곧 관계의 문제로 옮겨갔다. 본회의장에서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위원장이 보좌진과 피감기관·언론사 인사가 포함된 축의금 명단과 금액을 주고받는 문자가 포착됐다. “반환을 위한 내부 정리”라는 해명에도 국민이 본 것은 ‘명단 그 자체’였다. 감시의 대상과 금전 거래가 한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윤리적 선은 이미 무너졌다. 일부 인사가 “반환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밝히자 사후 해명의 신빙성마저 흔들렸다.
뒤이어 공개된 모바일 청첩장 카드 결제 링크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최 위원장은 “카드 결제로 들어온 축의금은 한 푼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금액보다 더 큰 문제는 사전 감수성의 부재였다. 국회 경내, 국감 기간이라는 특수한 시기에 청첩장 구조조차 검증하지 않은 건 관리 책임의 실패였다. “논란 뒤 삭제했다”는 말은 곧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고백이 됐다.
사과도 타이밍을 놓쳤다. 국감 마지막 날에서야 “관리 소홀을 후회한다”고 했지만, 앞서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결혼식을 신경 못 썼다”는 말은 공적 책임을 회피한 발언으로 남았다. 정치인의 말은 개인의 해명이 아니라 공직윤리에 대한 태도다. 국민이 듣고 싶었던 건 사과가 아니라 책임의 언어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자신의 논란을 보도한 방송사 간부를 국감장에서 퇴장시켰다. 감시받는 권력이 감시하는 언론을 밀어낸 그 장면은 정치가 스스로의 감시 원리를 거꾸로 세운 사건으로 기록됐다. 위원회의 의사봉은 사적 불편을 해소하는 도구가 아니라 공적 절차를 지키는 상징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제도의 허점과 감수성의 결여가 빚어낸 결과다. 국회 경내 사적 이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가족행사 이해충돌 사전 검토, 사적 금전의 실시간 점검 체계.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제도적 공백 속에서 “축의금은 돌려줬다”는 말은 변명에 가깝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적인 일에 과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이 문제 삼는 것은 ‘사적 일’이 아니라 공적 위치에서 그 사적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공사(公私) 구분은 도덕의 영역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 원리다. 권력을 가진 이가 그 원리를 소홀히 하는 순간, 사적인 일도 공적 문제로 바뀐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해명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제도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