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깐부치킨 드셨나요?" 젠슨 황·이재용·정의선 회담이 팬미팅이 된 이유 [해시태그]

입력 2025-10-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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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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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우연히라도 스치길 바랐던 그가 길거리 한복판에 등장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 속 행복하게 치맥(치킨+맥주)을 뜯는 그가 눈앞에 있었죠. 친구들과의 저녁을 즐긴 그는 밖에 모인 팬들에게 음식을 나누고 사진을 찍어주고 대화를 나눴는데요. 가을밤 낭만적인 팬미팅이었죠. 이 넘치는 팬 사랑을 보여준 그는 누구였을까요? 놀랍게도 ‘회장님’이었습니다. 물론 그의 친구들도 ‘회장님’이었죠.

서울 강남의 평범한 치킨집 앞이 격한 팬미팅 현장이 됐습니다.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강남구 삼섬동 인근 ‘깐부치킨’ 매장 앞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 휴대폰을 들었는데요. ‘AI 대부’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함께 들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죠. “젠슨 황!”을 외치는 함성 속에서 세 사람은 치맥 잔을 부딪치며 웃었습니다.

이번 만남은 젠슨 황 CEO의 방한 일정 중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이었죠. 그는 2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GTC)에서 “한국 국민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기뻐할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는데요.


▲30일 서울 삼성동 인근 깐부치킨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이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자 취재진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30일 서울 삼성동 인근 깐부치킨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이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자 취재진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틀 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APEC CEO 서밋 참석을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차와의 연쇄 회동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 중이며 HBM3E 제품 양산과 HBM4 검증 단계를 진행하고 있죠.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자율주행·로봇·AI 컴퓨팅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날 회동은 ‘AI 반도체와 미래 모빌리티 동맹’이라는 산업적 상징을 담고 있었죠.

그 엄청난 상징이 이루어진 장소가 바로 ‘치킨집’이었던 건데요. 정장 회의실이 아닌 강남의 치킨집 ‘깐부치킨’. ‘깐부’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한국어로 “같은 편, 믿을 수 있는 친구”를 뜻합니다. 이를 젠슨 황 CEO도 너무 잘 알고 있었는데요. 이를 묻는 기자들에게 “치킨과 맥주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 같다”고 답했죠. 그의 말은 이날 회동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가장 짧은 요약이었는데요.

쏟아지는 목격담과 기사들은 단순한 만남이 아님을 실감했죠. 이제 질문은 하나로 모였습니다. 이 만남, 왜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걸까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 중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 중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젠슨 황 CEO는 지금 전 세계에서 AI 산업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챗GPT를 비롯한 대부분의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핵심 연산 인프라를 공급하는 회사죠. 증권 기사에서도 매일 그 이름을 자랑하는 엔비디아인데요. 그 창업자가 한국에 그것도 서울의 한 치킨집에 등장했으니 놀라움은 당연했습니다.

젠슨 황 CEO를 제외하더라도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서울 상점에서 마주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그것도 편한 복장의 두 회장님이 함께 있는 모습은 더더욱 말이죠. 그런데 이들과 젠슨 황 CEO가 맥주 러브샷을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AI로 만든 이미지”라는 말이 나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고 선물까지 받았던 건 “뉴스 속 인물이 내 앞에 있다”는 흥분이 함께했죠. 그가 또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한 순간은 한국이 AI의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느낌이었는데요.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자부심과 상징성까지 자극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오늘 저메추(저녁 메뉴 추천)는 엔비디아가 골라줬다”, “깐부 총수 세트 나오나요?”, “회장님은 될 수 없지만 똑같은 저녁 메뉴를 먹을 순 있다” 등의 문장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는데요.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는 ‘깐부치킨’ 관련 검색어가 차지했습니다. 그야말로 당일 공식 메뉴가 된 셈인데요. 이 흥분도는 또 다른 수혜자까지 만들었죠.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유일한 상장사인 교촌에프앤비 주가가 급등한 건데요.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 주가는 장 초반 전장 대비 23.31% 상승한 4900원(종가 421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가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치맥' 회동 중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가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치맥' 회동 중 시민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매장에서 치킨 회동 중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치킨 등을 나눠주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매장에서 치킨 회동 중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치킨 등을 나눠주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젠슨 황 CEO는 치킨집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는데요. 그는 직접 상자를 들고나와 시민들에게 선물을 건넸고 어린이들에게 사인을 해줬죠. 사람들은 “젠슨 황이 선물 줬다”며 인증샷을 올렸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고 젠슨 황 CEO는 “이 친구들 돈 많아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는데요. 그 모든 장면은 팬미팅의 하이라이트 같았습니다. 그저 AI 같았죠.

이 팬미팅은 결국 콘서트로 이어졌습니다. 젠슨 황 CEO는 치맥 회동 이후 엔비디아 삼성동 코엑스 행사 무대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는데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을 기념하는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죠. 그런데 이 자리엔 치맥 깐부가 된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도 함께했습니다. 깜짝 등장이었죠. 젠슨 황의 팬 서비스(?)에 감명을 받았던 걸까요? 두 회장님은 유쾌한 입담으로 자리에 모인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는데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무대에 오른 이재용 회장은 자신을 촬영하는 관객들을 보며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며 농담을 건넸죠. 또 “제가 이래 보여도 여기서 막내”라고 운을 뗀 정 회장은 “아들이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너무 좋아해서 옆에서 같이 했었다”라며 게임 이력을 밝혔습니다. 따라오는 환호는 당연했죠.

AI 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 AI 메모리 기술 경쟁을 선도하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 로봇·자율주행·AI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산업 전환을 주도 중인 한국 대표기업 현대자동차.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찐 웃음이 따라왔는데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가득한 흥분이 자부심이 된 가을밤의 골든벨. 그래도 마무리는 한국 회장님이었는데요. 회동 당시 젠슨 황 CEO는 “오늘 저녁은 공짜”라며 식당의 골든벨을 울렸는데 실제 계산은 이재용 회장이 한 것으로 전해졌죠. AI 골든벨의 주인공도 그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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