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시스템 구축 완료 예정⋯공시 시점 협의도

한국수출입은행이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시스템을 고도화한다. 완료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 국책은행의 특성상 고탄소 산업에 집중된 수은의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이달 중 금융배출량 측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발간 예정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소개서에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배출량은 금융회사의 대출·투자·운용 등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온실가스 프로토콜, 스코프3)을 의미한다. 금융사의 전체 배출량 중 95%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지표로 탄소중립 경영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은 금융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국책은행 중에서는 상장사인 IBK기업은행만 투자자 정보 제공을 위해 이를 공시하고 있다.
수은이 금융배출량 측정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4월 탄소회계금융협회(PCAF)에 가입한 후 같은 해 △상장주식 및 회사채 △기업대출 및 비상장주식 △프로젝트파이낸스 등 7개 금융자산군을 대상으로 자체 산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일부 자산군의 데이터 정확도와 신뢰도에 한계로 올해 초 외부 컨설팅 업체에 산정 고도화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PCAF는 가입 후 3년 내 금융배출량을 공시하도록 권고한다. 가입 시기를 고려하면 내년 4월이 권고 시한이지만 수은은 와 공시 시점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관계자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자산별 배출량 산정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진행 중”이라며 “전산화된 관리체계를 도입해 향후 연도별 배출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은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조선·석유화학·에너지·플랜트 등 고탄소 산업에 집중돼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수은의 지난해 말 총여신 잔액은 138조 원이며 이 가운데 건설·플랜트·선박 업종이 절반(70조 원)이상을 차지한다. 금융배출량은 고탄소 업종 여신 비중이 높을수록 커지는 구조인 만큼 측정 결과에 따라 수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여신 포트폴리오 전략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금융배출량 측정 결과는 수은이 현재 개선 중인 ‘ESG 경영 로드맵’ 수립의 기준선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수은은 지난 6월부터 1억 원 규모의 ‘ESG경영 로드맵 정비 컨설팅’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맡겨 진행 중이다. 앞서 수은이 2021년 발표한 기존 로드맵에서는 2030년까지 △ESG 여신 180조 원 공급 △ESG 채권 200억 달러 발행 △기관 배출량 50% 감축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행 가능성이 낮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은 국책은행 중에서도 에너지·플랜트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 금융 비중이 높다”며 “산정된 금융배출량은 결국 수은이 고탄소 여신 감축 전략을 세우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