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인수한 필리조선소서 건조
한미 동맹 현대화·중국 견제 등 포석 깔려
국내 조선수 특수선 수출에 긍정적 영향 미칠 듯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에 발걸음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한미 군사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구식이고 기동성이 훨씬 떨어지는 디젤 추진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언급했다.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해 운용하려면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미국 측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동의 없이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예정”이라면서 “우리나라 조선업이 대대적으로 부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상징적 장소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12월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인수했으며 8월에는 마스가의 일환으로 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트럼프의 깜짝 승인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동맹의 현대화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포함해 보다 큰 역할을 한국이 맡기를 바라는 미국의 기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한화는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필리조선소 등을 통한 투자 및 파트너십은 양국의 번영과 공동 안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은 수상함과 잠수함으로 나뉘는 특수선 분야에서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잠수함 건조 실적(23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7척은 이미 건조 후 인도했다.
다만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이 1~1.5척에 불과한 데다, 아직 생산성 충분히 올라오지 않아 4000~5000t(톤)에 달하는 대형 잠수함을 건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장 잠수함 관련 건조 시설이 없어 시설 구축에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마스가를 기반으로 국내 조선소들의 특수선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2월 함정 수출사업에 참여할 경우 ‘원팀’을 구성해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수출사업을,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사업을 주관하겠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8월 이들은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 사업의 숏리스트(적격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