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16개 고등학교의 2025년 1학기 1학년 수학·영어 중간고사 기출문제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교과서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6개 고교에서 출제된 수학 문항 370개 중 68개(18.4%)가 교육과정 밖 문항으로 판정됐다. 이 가운데 7개 학교는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이 전체의 20%를 넘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3문항 중 1문항(33.3%)이 교육과정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 과열지구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서초구 4개교의 수학 시험에서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비율은 평균 17.7%로, 비과열지구인 구로·금천구(11.8%)보다 약 6%포인트 높았다. 의대·서울대 진학 실적이 높은 8개교는 25.2%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학교 유형별로는 자사고·특목고(20.8%)가 일반고(16.0%)보다 4.8%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어 과목의 경우, 16개교가 채택한 공통영어Ⅰ 교과서 8종의 최고 수준 평균이 미국 중학교 2학년 수준이었으나 실제 중간고사 최고 난이도는 미국 고등학교 3학년 수준으로 분석됐다. 교과서 대비 내신시험의 난이도가 평균 4개 학년 이상 높았고, 교과서와 내신시험 난이도 차이가 3학년 이상인 학교가 11곳에 달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한 사립고는 교과서 최고 수준이 미국 중학교 1학년(7.21학년) 수준이었지만, 중간고사에는 대학 2학년(13.97학년) 수준의 문제까지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과열지구 4개교의 영어 시험 평균 난이도는 미국 학령기준 8.89학년으로, 비과열지구(7.63학년)보다 1.26학년 높았다. 고교 유형별로는 △외국어고(9.06학년) △자사고(8.94학년) △일반고 사립(8.73학년) △일반고 공립(8.01학년) 순으로 난이도가 높게 나타났다.
사걱세는 “내신시험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 출제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학생들은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공교육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교 내신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이 다수 출제되면서 공교육이 시험 중심 경쟁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며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출제 방향을 고교 교육과정에 맞게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