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무비자 입국 한 달, 환대와 혐오 사이 [해시태그]

입력 2025-10-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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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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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후. 기대와 우려의 시선은 예상대로였습니다. 그 기대는 환호로, 우려는 혐오로 더 깊어지고 벌어졌다는 점이 현재의 모습이죠.

서울 명동의 면세점 거리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는데요. 쇼핑백을 들고 셀카를 찍는 관광객 무리에 중국어가 다시 울려 퍼졌죠. 지난달 29일 시작된 중국인 단체 무비자 입국 제도가 한 달을 맞은 지금, 한국 관광업계는 모처럼 ‘환호’를 외쳤는데요. 하지만 그 뒤편에서는 불법 영업, 범죄, 혐오, 시위가 뒤섞이며 환대의 자리를 ‘혐오’가 대신하고 있죠.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29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주차장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면세점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 30일까지 3명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자 없이 최장 15일간 국내 여행을 허용한다. 이번 정책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29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주차장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면세점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 30일까지 3명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자 없이 최장 15일간 국내 여행을 허용한다. 이번 정책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한 달 새 한국 면세점은 눈에 띄게 살아났습니다. 2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외국인 고객은 101만2368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죠. 전년 대비 19.2% 증가했는데요.

이 중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경우, 무비자 제도 시행일(지난달 29일)부터 10월 26일까지 중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90% 증가했고 매출은 40% 늘었는데요. 외국인 고객 중 77%가 중국인, 매출 비중은 86%에 달했습니다.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도 비슷한데요. 단체 관광객은 17% 증가, 중국인 매출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죠. 신라면세점 또한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5년 만에 되살아난 명동 상권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거기다 이번 ‘무비자 입국’ 효과는 현 초입이라는 점이 더 고무적이었죠.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29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 30일까지 3명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자 없이 최장 15일간 국내 여행을 허용한다. 이번 정책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29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 30일까지 3명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자 없이 최장 15일간 국내 여행을 허용한다. 이번 정책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그러나 회복의 뒤에는 그림자도 짙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향한 더욱 견고해진 시선들이죠. 생각지도 못한 변칙들도 많은데요. 인천공항에선 최근 중국식 ‘흑차(黑車)’가 출몰했습니다.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 4월 인천공항 불법 콜밴 영업을 단속한 결과 61명 중 53명(87%)이 중국인이었습니다.

이들은 외국인을 태워 서울·인천 주요 호텔까지 정상요금의 3~4배를 받았고 브로커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예약도 가능했는데요. ‘무비자 관광 특수’를 기다리던 인천공항은 불법 관광 비즈니스의 무대로 변하고 있었죠.


▲지난 6일 충남 충남 태안해역 가의도 북방 2해리 인근 해상에서 붙잡힌 중국인 8명. (사진제공=태안해경)
▲지난 6일 충남 충남 태안해역 가의도 북방 2해리 인근 해상에서 붙잡힌 중국인 8명. (사진제공=태안해경)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크루즈를 타고 인천항을 통해 무비자로 입국했다가 사라진 중국인 6명 중 4명의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이들은 크루즈선 ‘드림호’를 타고 인천항으로 입국한 뒤 경복궁 관람 중 단체에서 이탈했죠. 조사대는 17일 이탈 중국인 관광객 중 한 명의 자진 출석을 유도해 붙잡았고 20일 전남 순천에서, 21일에는 충북 음성에서 각 1명을 검거했습니다. 이어 23일에는 경주에 은신 중이던 또 다른 1명이 스스로 출석했는데요. 나머지 2명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황.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외국인 체류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불법으로 체류하는 인원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불법 체류에 이어 절도사건까지 발생했는데요. 15일 제주시 연동 금은방. 낮 12시 50분께 중국인 3명이 손님 행세를 하다 점원이 시선을 돌린 틈을 타 1400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 등 귀금속 6점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2시간 만에 제주공항에서 출국 직전이던 이들을 체포했죠.

세 사람은 무비자 단체관광 제도로 입국한 중국인으로 범행 후 곧바로 귀국을 시도했는데요. 제주지법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죠. 이 사건은 무비자 시행 이후 첫 중국인 범죄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불쾌한 뉴스들도 쏟아졌죠. 추석 연휴 수도권 한 고깃집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웠습니다. “노 스모킹”이라 제지하자 “우린 차이나야(We’re China)”라며 흡연을 이어갔다는 증언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죠. 같은 시기 제주 서귀포 용머리해안에서는 조선족 관광객이 아이의 용변을 치우지 않고 떠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고요. 성산일출봉에선 한 관광객이 금연 구역 한복판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포착됐죠.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이런 사건들이 겹치며 ‘노차이나 존’까지 등장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 인스타그램에 적힌 문구가 논란의 중심이 됐죠. 사장은 “개인적 신념이 아니라 손님들의 반중 정서 때문”이라며 “중국 손님이 소란을 피우면 다른 손님들이 불쾌해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구청장까지 나섰는데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현재 매장 공지는 철거됐고 중국인 출입을 막는 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남아 있지만 며칠 시간을 달라며 본인이 스스로 내리겠다고 했다”며 “성수동 전체 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에 공감하고 자진 철거했다”고 설명했죠.


▲중국 베이징비즈니스 지구에서 중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비즈니스 지구에서 중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혐중 정서가 퍼지자 뜻밖의 장면도 나왔는데요. 한국을 여행하려는 대만인들 사이에서 ‘나는 중국인이 아닙니다’ 배지 착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배지에는 한글로 ‘대만 사람이에요’, 영어로 ‘I’m from Taiwan’이 쓰여 있고 대만 국기를 든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죠. 이어 한 대만인의 “점원이 배지를 보고 태도가 달라졌다”는 후기까지 나왔는데요. 한국을 좋아해 방문한 여행객이 ‘혐오의 대상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에 왠지 모를 묘한 씁쓸함이 동반됐습니다.

정치권의 입장도 뚜렷하게 갈렸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혐중 선동을 “국익을 해치는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부와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이나 부동산 시장을 중국인이 장악했다는 주장은 허위”라며 “중국인 혐오는 가짜뉴스로부터 비롯됐다”고 지적했는데요. “외국인을 적으로 돌리는 건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비판도 이어졌죠.

반면 국민의힘은 “단순한 반감이 아니라 국민의 불안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인천공항 불법 콜밴, 마약 반입, 불법 체류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제도의 허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야당은 사실 확인도 없이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인다”고 반박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전경.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전경. (뉴시스)


현재 명동·홍대 일대에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유괴·납치·장기 적출” 등 자극적 문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서울 명동 집회의 30%가 중국인 혐오 시위”라며 “2023년 4건이던 관련 집회가 2024년 56건으로 14배 늘었다”고 지적했죠.

한 달 새 몰려든 수많은 중국인을 무조건 웃음과 환대로만 맞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잇따른 사건이 불안과 불신을 키웠고 그 불안은 곧 혐오로 번졌죠. 하지만 이는 전체 입국자 중 일부라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하는데요.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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