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D램 절반 이상 최선단 공정 전환 예정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HBM뿐 아니라 일반 D램과 낸드까지 사실상 ‘완판’ 상태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내년부터 신규 팹 조기 가동과 최선단 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능력(CAPA)을 대폭 확대, 장기화되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9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 제품은 2023년 이후 완판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은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HBM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이 전체 D램 출하량의 20%대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으며, 4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해 내년 본격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HBM은 성능 요건 변화로 계약 체결에 시간이 걸렸지만, 고객 맞춤형 제품을 신속히 샘플링해 이미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며 “AI 확산으로 인한 폭넓은 응용처가 이번 슈퍼사이클의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HBM 생산 확대 여파로 일반 메모리 공급이 줄면서 고객사와의 협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반 메모리 제품도 장기 계약을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으며, 일부는 2026년 물량까지 선구매(PO)를 진행했다”며 “내년 D램·낸드 CAPA 모두 사실상 완판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AI 서버뿐 아니라 일반 서버 수요까지 확대되며 내년 전체 서버 출하량이 10% 후반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이 같은 구조적 수요 확대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과거(2017~2018년)보다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와 용인 신규 팹의 생산 일정을 앞당겨 빠르게 캐파를 늘린다. M15X는 2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장비 반입을 시작했으며, 내년부터 HBM 생산에 본격 투입된다. 용인 1공장 역시 일정을 단축해 조기 가동을 추진 중이다.
일반 D램은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1c 나노 공정을 내년 본격 확대해 국내 D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최선단으로 전환한다. 낸드 부문도 CAPA 확장 대신 공정 고도화에 집중해, 321단 제품 비중을 연말까지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에도 추가적인 주주환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업황 변동기에도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적정 현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AI 메모리 성장성과 높은 투자수익률을 고려할 때 재투자가 주주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