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백신을 접종하면 2~3개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콤보백신, 혼합백신이 백신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팬데믹 이후 백신 접종과 예방의학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에 대응해, 국내외 기업들의 백신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5일 백신 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 예방하는 메시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콤보 백신 ‘mRNA-1083’를 개발 중이다. 이 백신은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83’과 독감 백신 후보물질 ‘mRNA-1010’으로 구성된 혼합백신이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멀티데믹’ 시기의 접종 수요를 겨냥해 개발했다.
독감 백신 후보물질 mRNA-1010에서 긍정적인 임상 3상 결과가 도출되면서 콤보 백신 mRNA-1083에 대한 허가 신청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모더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mRNA-1083에 대한 허가를 신청했지만, 독감 예방 효과에 대한 데이터 추가 제출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올해 5월 허가신청을 자진 철회하고 mRNA-1010의 3상 데이터 확보에 집중해 왔다.
모더나는 국내에서도 올해 2월 mRNA-1083의 3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만 50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mRNA-1083 백신의 면역원성, 반응원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로, 분당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9개 기관에서 진행 중이다.
사노피는 영국 바이스바이오(Vicebio)를 인수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에 대한 초기 단계의 혼합백신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인수 계약 규모는 약 16억 달러(약 2조2937억 원)에 달한다.
바이스바이오는 호흡기 감염 예방을 위한 차세대 백신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주요 후보물질은 RSV와 hMPV를 동시에 겨냥한 2가 백신 ‘VXB-241’으로, 현재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초기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RSV, hMPV,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3형(PIV3)을 함께 예방하는 3가 백신 ‘VXB-251’에 대한 전임상 단계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코로나19,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 사베코 바이러스 계열 표적의 백신 후보물질 ‘GBP511’에 대한 1·2상 계획을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에 제출했다. GBP511 임상은 호주에서 18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약 500명을 대상으로 2028년까지 안전성 및 교차 면역반응 등에 대한 주요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범용 백신 개발을 장기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개별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식이 아닌, 계열 전체에 유효한 백신을 개발해 바이러스 및 변이주를 한 번에 예방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사베코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상위 계열로, 변이주를 비롯해 앞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포함한다.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해 수입 의존적인 혼합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도 적지 않다. 백신 자급화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는 GC녹십자는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예방 혼합백신 후보물질 ‘GC3111B’의 국내 1/2상을, 보령바이오파마는 동종의 혼합백신 후보물질 ‘BVN008’의 국내 2상을 올해 3월 각각 식약처에서 승인받아 추진 중이다.
LG화학 역시 백신 자급화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간염(DTaP-IPV-HepB-Hib) 등을 예방하는 영유아 6가 혼합백신 ‘LR20062’를 개발 중이다. 현재 2상 단계에 있으며, 앞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에서는 현재 상용화한 수입 백신과 유사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