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지난해 인수 부인했지만 올해 재협상
매출액 2배 늘었지만, 영업이익 '제자리걸음'

삼천리가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은 성경식품을 인수한 지 8년 만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길이 열렸다. 다만, 성경식품이 어펄마캐피탈 품 안에서 성장했다고 보기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매출액은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천리는 성경식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삼천리는 공시를 통해 "성경식품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성경식품은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김 제조사다.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에스지푸드홀딩스다. 에스지푸드홀딩스는 어펄마캐피탈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어펄마캐피탈은 2017년 성경식품을 151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지난해부터 성경식품 매각을 추진해왔다. 2020년 볼트온 전략으로 인수했던 개미식품을 지난해 분리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농심과 삼천리 등이 성경식품 원매자로 거론됐지만, 모두 인수를 부인했고 올해 삼천리와 재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은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김 산업은 K푸드 열풍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김 수출액은 8조8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성경식품의 수익성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경식품은 지난해 매출액 1236억 원, 영업이익 8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에비타)은 111억 원에서 93억 원으로 16%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66억 원에서 213억 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지만, 이는 개미식품 처분 이익 140억 원이 반영된 덕이다. 주식 처분 이익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73억 원이다.
어펄마캐피탈이 인수했던 2017년 성경식품의 매출액은 656억 원, 영업이익은 115억 원이다. 인수 당시와 지난해 실적을 비교하면 외형은 크게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성장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다만 어펄마캐피탈은 투자금 회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성경식품의 매각가는 2000억 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공시에 따르면 어펄마캐피탈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성경식품에게 받은 배당금은 총 483억 원으로 나타난다. 인수금액 중 3분의 1가량은 배당을 통해 회수한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김 산업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인기가 많은 매물은 아니다"라며 "식음료(F&B) 트렌드는 해외 확장성이 중요한데 식료품은 해외 규제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