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A씨는 300mL로 표시된 우유를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개별 허용오차(9mL)에 맞춘 291mL만 담겨있을 가능성을 안게 됐다. 현행법상 개별 제품이 허용오차 범위(-9mL)를 넘지 않으면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이런 허점을 이용해 100개의 제품에서 이론적으로 3개 분량의 우유(900mL)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소비자는 표시된 용량을 믿고 구매하지만 실제로는 평균적으로 더 적은 양이 담긴 상품이 시중에 5개 중 1개꼴(21.7%)로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러한 '꼼수 정량'을 막기 위해 '평균량' 개념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계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했다.
국표원이 지난 10년간 시판품 6985개를 조사한 결과, 개별 제품이 법적 허용오차를 위반한 '부적합' 비율은 1.1%로 매우 낮았다. 하지만 이는 개별 샘플 3개 중 1개라도 기준을 통과하면 합격으로 처리하는 등 관리의 허점이 있다.
문제는 사업자들이 이 '허용오차'를 악용하는 점이다. 조사 대상 상품의 21.7%가 '평균 실제량'이 '표시량'보다 적은 '과소 평균실량' 상품으로 분석됐다. 특히 액화석유가스(LPGㆍ47.6%), 우유(42.2%), 도료(35.1%), 꿀(34.3%) 등 순으로 평균 미달 상품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현행 제도는 개별 제품의 오차만 관리할 뿐, 한 생산 단위(로트)의 '평균 용량'이 표시량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없는 상태다.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법정계량기구(OIML)의 권고에 따라 '평균량'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개별 제품이 허용오차를 지키는 것은 물론, 제품 전체의 평균 실제량이 표시된 양과 같거나 많아야만 한다.
관리 대상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는 곡류, 과자류, 우유류 등 27종의 품목에만 정량표시제도가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품 등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신규 품목을 포함해 질량, 부피 등을 표시하는 모든 상품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단, 의약품 등 타법 관리 품목은 제외된다.
또한 시판품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연간 1000여 개 수준인 조사 물량을 1만 개 이상으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김대자 국표원장은 "정확한 계량은 소비자 신뢰의 기본이자 공정한 시장 질서의 출발점"이라며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내달부터 법 개정을 본격 추진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