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4배
업계, 초콜릿 함량 축소·젤리류 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와 그전부터 계속된 코코아(초콜릿 원료) 가격 폭등이라는 이중충격 속에 올해 핼러윈 아이들의 사탕 바구니가 빈약해질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제품 판매가를 올리는 것은 물론 사탕에서 초콜릿 함량을 축소하거나 젤리 등 대체품을 어필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그라운드워크콜래버러티브’가 시장조사업체 닐슨IQ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핼러윈 사탕 가격은 지난해보다 10.8%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약 4배다. 지난해 상승률(2.1%)과 비교하면 급등세가 두드러진다.
미국인들이 지난해 초콜릿과 사탕 구매에 쓴 금액은 74억 달러(약 10조 원)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올해는 가격 부담이 훨씬 커지며 ‘비싼 핼러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과업계는 ‘코코아 대란’을 맞아 생산 구조를 바꾸고 있다. 미국 최대 초콜릿 제조사 허쉬는 5월 소매업체들에 ‘가격-포장 구조조정’을 통보했다. 포장 크기는 그대로 두되 초콜릿 양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전략이다.
수제 초콜릿 업체들도 생존 전략을 찾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수제 브랜드 에스카수는 중남미 소규모 농가로부터 코코아 원두를 들여오며 시세의 3~4배를 지급해왔다. 그러나 원두값 폭등으로 생산비가 크게 늘자 제품 크기를 줄이고 초콜릿 대신 아이스크림 토핑을 판매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에스카수의 티아나 영 공동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초콜릿뿐 아니라 포장용 알루미늄까지 모든 품목에 영향을 줬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가격이 오르자 제과업체들은 초콜릿 함량을 낮추고 설탕을 늘리는 방식으로 원가를 줄이고 있다. 기존 75% 카카오 함량 제품을 65%로 낮추는 식이다. 아울러 시나몬 토스트맛, 펌킨 스파이스맛 등 초콜릿 대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젤리·구미류의 부상도 뚜렷하다. 사워캔디(신맛 사탕) 판매는 전년 대비 7% 늘었다. 젊은 층의 선호가 바뀐 데다가 제조업체도 코코아보다 설탕이 저렴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난 2년간 이어진 코코아 원두 가격 폭등이 올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전 세계 코코아 선물가격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178% 폭등했으며 2023년에도 61% 상승했다. 2년간 누적 상승률은 무려 239%에 달한다.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가 기후변화로 잇따라 흉작을 겪은 것이 결정타였다. 작황 악화로 공급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비축 원두를 고가에 매입해야 했다.
올들어 선물 가격은 46% 하락했지만, 여전히 2022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제과업체는 2024년 고가 원두로 만든 재고 제품을 올해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는 오히려 지금 더 비싼 초콜릿을 사게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