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찍어 경기부양 결국 파탄 초래
위험 줄이려면 돈 풀기 중단해야

지금 세계 경제는 주식, 금, 코인 등, 모든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종가 기준)는 3000을 돌파한 6월 20일부터 최근까지 29% 정도 올랐고, 그동안 금값은 34% 정도 올랐다. 주택 가격도 크게 오르는 모습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 일본, 유럽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1% 내외인 경우가 많고, 미국은 좀 나은 편이나 3% 내외다. 따라서 실물 부문의 낮은 성장률이 자산 가격 폭등을 견인할 수는 없다. 성장률이 높아도 상승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인은 화폐 부문에 있다. 일본과 미국의 금융위기를 돌아보자. 이자율은 사람들이 오늘의 100만 원을 내일의 100만 원보다 더 선호하기 때문에 후자를 전자에 대해 할인하는 주관적 비율이며, 사람들은 그에 따라 소비/저축 비율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자율(따라서 소비/저축 비율)은 변하지 않았는데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풀린 돈이 기업으로 들어가면, 기업가는 소비가 줄고 저축(내일의 소비)이 늘어난 것으로 착각, 내일의 소비재 생산을 위해 자본재 산업에 투자하고, 풀린 돈은 임금, 이자, 지대 등의 형태로 사람들의 소득으로 돌아간다. 즉 이자율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오늘의 소비재를 원하는데 기업은 자본재 산업에 투자(나중에 과오투자로 판명)하므로 소비구조와 공급구조가 어긋나고, 돈이 자산 시장에 대거 몰리면 가격이 폭등한다. 이후 (결국 올릴 수밖에 없는) 금리를 올리면 경제는 녹아내린다(melt down). 반면에 풀린 돈이 소비자에게 들어가면 당장 소비재 가격이 오르고 자산 시장에 대거 몰리면 가격이 폭등한다. 또 자본재 산업이 위축돼 장기적으로 궁핍해진다. 이처럼 주관적 이자율과 금리가 멀어지면 경제가 파국에 이른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상승하여 수출 산업이 타격을 받자, 내수 증대를 위해 5%대를 유지하던 기준 금리를 1987년 2월에 2%대로 낮춰 붐(boom) 국면을 조성했다. 그러다 1989년 5월~1990년 8월에 걸쳐 6%대로 올리자, 오피스 빌딩에 낀 거품이 터지면서(bust) 1991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후 불황 극복을 위해 0%대의 저금리로 다시 돈을 풀었고, 코로나19로 더욱 많은 돈을 풀었다. 잃어버린 30년은 그 결과다. 불황은 현 경제 상태에 큰 문제가 있으니 고치라는 시장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과오투자(malinvestment)가 청산되고 주관적 이자율과 금리가 근접해 소비-공급 구조가 다시 맞춰지는 시장 조정을 방해한 것이다.
미국은 2001년 1월까지 5~6%를 유지하던 기준 금리를 닷컴 경제의 지속과 자가(自家) 소유 증대를 위한 모기지 대출을 늘리려고 2001년 말에 1%대로 낮춰 2004년 6월까지 유지했다. 이후 2007년 8월까지 5.25%로 올리자 주택시장이 무너지면서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당장 저금리 정책을 중단해야 했으나 양적 완화로 2008년 말부터 2017년 5월까지 0%대를 유지하며 돈을 풀었다. 2017년 7월~2019년 9월에 걸쳐 1~2%로 올렸으나, 코로나19로 다시 0%대로 낮춰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다. 2022년부터는 금리를 올려 현재 4.25~4.50%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이 일본과 미국은 시점만 다를 뿐, 저금리 정책이라는 원인과 진행 과정, 그리고 결과는 똑같다. 지금의 자산 가격 폭등도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각국이 엄청나게 돈을 푼 결과다.
한편 전 세계가 치중하고 있는 AI 산업에 과오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투자 규모는 저축 규모를 웃돌 수 없으므로 저축 규모를 넘어서는 투자는 통화 증발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투자는, 그 재원이 통화 증발이 아니더라도, 양과 구조에 상관없이 과오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 미국 제조업이 효율적 자원배분의 결과라면 추가적 투자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자처와 이익 분배를 미국이 결정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한 번 풀린 돈은 회수가 어렵거니와 회수해도 경제 회복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실물 부문이 망가져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실질 생산, 각종 제도, 풀린 돈의 영향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붐은 반드시 버스트를 거쳐야 끝난다. 버스트에 따른 대가를 줄이려면 지금부터라도 돈 풀기를 멈춰야 한다.
소비재도 아니고 생산재도 아닌 화폐를 몽땅 찍어 경기를 떠받치려는 행위는 파탄을 초래한다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가르침은 무시되기 일쑤다. 이번에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