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다음은 양자(Quantum)’다. 구글이 세계 최초로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를 입증하며 기술 패권의 무게추가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초전도 큐비트 기술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까지 이어진 이번 성과는 AI 이후 ‘양자 전쟁’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우리나라는 곧 도래할 양자 경쟁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구글은 22일 세계 최초로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Verifiable Quantum Advantage)’를 달성한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양자 우위란 기존 컴퓨터가 현실적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양자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퀀텀 에코스(Quantum Echoes)’라 명명된 이번 알고리즘은 구글의 양자칩 ‘윌로우(Willow)’에서 구동된다. 구글은 지난해 윌로우 칩을 공개하며 양자 컴퓨팅의 핵심인 큐비트(qubit) 안정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에 따르면 윌로우를 이용한 퀀텀 에코스는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실행하는 고전 알고리즘보다 약 1만3000배 빠른 연산 속도를 자랑한다. 구글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5년 이내 양자컴퓨터로만 가능한 실제 응용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에도 구글은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결과를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이번에는 다른 양자 시스템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재현할 수 있어 ‘검증 가능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이번 발표의 뿌리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진 초전도 큐비트 연구에 있다. 미셸 드보레 구글 퀀텀AI 수석과학자(UC버클리 교수)는 손에 들 수 있는 전기회로에서 양자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올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맥킨지는 2035년까지 양자 시장 규모가 280억~7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같은 해 2조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의 이번 발표가 양자 상용화 시계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양자 컴퓨팅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상무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시장은 ‘사실상 추진 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가 차세대 전략산업에 대해 ‘지분 보유’ 전략을 강화하면서 미국 증시의 양자 관련주는 일제히 폭등했다.
양자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승자 독식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민간 주도의 양자 컴퓨터 개발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경쟁에 이어 ‘양자 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한국이 보유한 반도체 공정 기술이 양자 컴퓨팅과 결합하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양자기술계의 한 전문가는 “양자컴퓨터는 인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연구를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며 “기존 방식으로 신소재 개발에 10년이 걸린다면, 양자컴을 활용한 기업은 3년 안에 개발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승자 독식 구조라고 해도 하나의 기업이 모든 걸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형 컨소시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큐비트 개수가 많을수록 성능이 높아지는데, 큐비트를 고집적화하는 핵심이 바로 반도체 공정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가진 반도체 제조 기술을 빠르게 양자 분야에 접목한다면 충분히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