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전력 수요 급증…데이터센터용 ESS 부각
“전기차 판매 증가, 추세 단정지을 수 없어” 경계도

이차전지 종목들이 급등하며 국내 증시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 수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기차 업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기준 최근 한 달간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32.41% 상승했다. 최근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주축으로 꼽히는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KRX 반도체 Top 15 지수(21.21%)’ 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다.
관련 종목 중에서는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37.82%)을 비롯해 엘앤에프(73.51%), 포스코퓨처엠(68.52%), 삼성SDI(39.51%), SK이노베이션(30.12%) 등이 급등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77.84%), 에코프로비엠(45.41%)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수급 측면에서도 긍정적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기관ㆍ외국인 동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서다. 같은 기간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4585억 원)과 삼성SDI(2149억 원)를, 외국인은 SK이노베이션(1432억 원)과 포스코퓨처엠(867억 원) 등을 각각 샀다.
2023년 7월 이후 약 2년간 내리막길을 걸은 이차전지 투자심리가 살아난 배경 중 하나로는 인공지능(AI) 열풍이 지목된다. 미국 정부와 민간이 AI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전력 수요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데이터센터용 ESS 필요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시장의 39%가량을 차지했다.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산업은 기존 이메일이나 단순 저장 용도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AI 훈련과 추론 시스템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ESS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35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76GWh로 2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 급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AI 워크로드(workload)의 폭발적 증가”라며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는 대규모 병렬 연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전력 집약적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 서버가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으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해소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약 210만 대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미국(66%)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다만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따른 악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을 끝으로 종료됐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가 세제 혜택 폐기에 대비한 선구매가 몰린 결과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0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역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LS증권에 따르면 미국 1~9월 전기차 시장 누적 성장률은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국가 중 낮은 수준에 속하는 11%로 나타났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태양광 보조금 정책(NEM) 변화 이후와 독일의 2023년 말 보조금 지급 정책 조기 종료 이후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바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구에너지 선호 정책으로 전기차 정책 축소는 유지 가능성이 크며, 최근 전기차 판매량 증가를 추세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